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4

신비(妙)어록2-꽃피는 봄날에 꼭 해야 할 일3

신비(妙) 2011. 3. 7. 11:29




죽는 것은 서럽지 않으나 늙는 것은 참으로 서럽소.
봄날의 파릇한 새싹이 어느덧 물기 하나 남지 않고 푸석푸석 말라버린 그 모습을,
자신의 성하고 쇠함을 고스란히 현미경보듯 지켜보는 일이란!
체온과 혈압과 호흡과 맥박이,
서서히 떨어지고 느려지고 마침내 멈추는 그 순간을 지켜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그럼에도 이런 봄날에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소.
아니, 그렇기 때문에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해야 맞을 거요.
그것은 바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통하는,
그런 눈물겨운 이를 만나 그저 아무 말 없이 술 잔을 주고 받는 일이라오.
물론 그 안에 토토로의 나무처럼 자라버린 커다란 사랑을 가득 담아서 말이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시린 봄날이...
 가을 황혼녁 만큼이나 서러울 것만 같소.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