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나는 천재다!
신비(妙)
2008. 12. 11. 12:37
나는 천재다!
나는 천재다!
내가 스스로 그렇게 결심했다.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재로 내던져지는 것과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선택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전자는 매력이 없다!
또한 비운의 천재로 끝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질 확률도 높다.
반면 성공한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삶을 살아간다.
왕의 남자, 장생도 그렇고 슈렉도 그렇고 미녀는 괴로워, 제니도 그렇다.*
황진이도 스스로 기생이 되고 자유인이 되었고,
소서노도 스스로 주몽을 떠나고 백제를 건국했다.
가장 매력 없는 캐릭터가 버림받고 우는 여자,
전전긍긍 바람피우는 남자이다.
자신의 삶도 온전히 선택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리고 끄들리고 찌질거리는 캐릭터.
핑계도 많고 투정도 많고 원망도 많아
늘 남을 가르치려들거나 괴롭히며 의존하는 캐릭터.
그런 주인공은 정말이지 사양이다.
나는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내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기로 했다.
아주 스타일리쉬하게!
나에게는 꿈의 메뉴가 있다.
잠을 자면서 나는 그날의 꿈을 고른다.
오늘은 멀리 있는 친구를 만나볼까.
아니, 하늘을 날아다녀 볼까.
아니지, 우주를 실컷 여행하고 난 뒤 바로 친구의 집으로 낙하하면 되겠군!
그렇다! 나는 잠을 자도 의식이 잠들지 않는다.
잠을 자면서도 생각을 하고 상상을 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다.
불면증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내 머릿속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나는 나의 꿈을 선택하고 또한 지배한다.
깨어있는 그 어떤 시간도 물론이지만
꿈을 지배하지 못한 날은 그만 우울해지고 마는 것이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난 뒤엔 그 상쾌한 기분이 잠에서 깨고 나서도 오랫동안 유지된다.
친구를 만나거나 수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주를 여행하고 온 날은 무척이나 피곤하다.
오랜 날들을 그러다보면 결국엔 피로가 쌓여
기절하듯 자게 되지만 나는 ‘꿈의 지배’를 멈출 의향이 없다.
나는 내 자신의 그 어떤 부분이라도 지배하지 못하면
정말로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이 싫다!
이것은 이름의 좋고 나쁨 이전의 문제다.
그야말로 이름이란 내 것이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의 최고봉 아닌가?
나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면 나는 절망할 것 같다.
아니, 아마도 그 입을 틀어막아 버릴지 모른다.
나는 신비(妙)다!
내가 직접 지은 이것은 ‘삶의 신비’, ‘삶 그 자체’, 또는 ‘전체’라는 뜻이 있다.
사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그저 ‘신비(妙)’라고 불린 적이 있다.
물론 제 친구와 대화 중에 제가 읽은 책의 저자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우연히 그 장면을 본 나는 참으로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에게, 존칭도 없는 신비(妙)라는 이름은
‘-씨’나 ‘-님’을 붙여야 할 ‘이름’이 아니라 이미 ‘브랜드’였다.
나는 그 어떤 역할과 지위, 이름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다.
여자라거나 누군가의 자식, 혹은 명상가나 작가도 나의 진짜 브랜드는 아니다.
인간 자체가 나의 브랜드다.
나는 다만 신비(妙)라는 인간으로 불리길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