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신비(妙)어록 2 - 사랑 3

신비(妙) 2009. 1. 29. 17:56



경계 지키기 3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경계가 있다.

그 경계와 경계가 맞닿는 곳.

그 아슬아슬한 지점에 사랑의 정수가 있다.

그러나 한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그 날카로운 지점을 통과하게 된다.

각자의 경계가 서로에게 침투하여 어긋나면 관계는 당연히 그 빛을 잃게 마련!


사랑은 빛처럼 그저 존재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고개를 숙이면 그만 사라져 버린다.

연약한 아기처럼 섬세하게 그리고 예민하게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것.

고개를 숙이지 말 것!

빛나는 태양 아래에서도 당신은 얼어 죽을 수 있다.


인간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그저

점점 가까워지거나 혹은 아예 멀어지거나 둘 중 하나!

그러나 가까워지는 것에도 한계가 있고 멀어지는 것에도 미학이 있다.

자석과 자석 사이의 자기장처럼 인간 사이에도 경계선이 있다.

서로 밀착되면 될수록 서로의 자기장은 멀어지고 마는 것!


결혼한 이들, 혹은 오래된 연인들을 보라!

가까이 있지 못할 땐 전전긍긍 다가가려 애쓰다가

막상 다가가면 호시탐탐 도망가기 바쁘다.

멀리 있을 땐 숭배하기에 급급하다가

마침내 가까워졌을 땐 흠잡기에 열중이다.


그 참을 수 없는 간사함이라니!

다 제 자신을 낮추어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 주제에 감히 멋진 사람과 가까이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

그래서 인간들은 신이 -우상이 아닌- 친구로서 바로 제 옆에 있어도 모르는 것이다.

이미 제 곁에 있는 모든 것은 자신처럼 하찮은 것이므로.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오로지 멀리 있는 것을 향해서만 손 뻗는 자들이 있다.

공간의 노예가 되어 정작 태양 아래서도 그 빛을 못 느끼는 자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타인의 경계를 마구 침범하는 자들.

사려 깊지 못하고 아둔한 자들.


안주란 그런 이들이 즐겨 마시는 독주인 것을.

서로의 경계를 넘어 타인의 땅을 즐겨 짓밟는 자들은 모른다.

제가 얼마나 많은 ‘관계’들을 죽여 왔는지,

또한 얼마나 무수한 ‘사랑’들을 질식시켜 왔는지를.

그러고도 여전히 가족에, 친구에, 사랑 타령에 목매는 인간이라니!


아무리 눈부시게 빛나는 ‘사랑’도 무지 앞에서는 그 빛 스러지는 법!

나의 히로인은 그래서 늘 그 경계 위에 서 있는 것이다.

사랑이 진정 사랑 그 자체일 수 있도록.

제 자신 언제나 사랑 그것일 수 있도록.

사랑이 질식하기 전에 언제든 미련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도록!


신은 이 순간 어쩌면 짓궂은 표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그예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게 하는 것.

그리하여 오로지 신과 완전하게 소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토록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신의 심술!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신(神)만은 나의 히로인과 여전히 아니, 영원히 친구라는 사실.


-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