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4
신비(妙)어록2-나의 친구
신비(妙)
2009. 2. 20. 09:56
내게 살아갈 힘을 주는 이는 성공한 인간이 아니다.
원고지 열댓 장 분량의 글을 써놓고
내 세계의 축제에 참석하는 것으로 사실 나의 휴식은 사치스럽다.
그러다 방금까지, 혹은 엊그제쯤 했던 나의 이야기와
비유까지 같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 나는 시대를 초월해, 인류 역사상 최고의 호사스러운 인간이다.
전율! 더불어 약간의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내 생각을 도둑맞았다고 짐짓 투덜댄다.
그는 내가 자기 머릿속 생각을 스캔해 간다고 농을 던진다.
나와 같은 세계에 또 다른 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
이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던가?
‘그대가 가고 없으니 이로써 세상엔 나를 알아줄 이가 없다!’
제갈 양이 주유의 죽음을 슬퍼하며 조문을 했다던가.
전후 사정을 차치한 그 말은 공명이 주유에게 할 게 아니라
내가 그에게 할 말이다.
물론 그 때까지 더 근사한 말이 생각난다는 전제하에
다른 말을 하겠지만 하여간,
이 세상에서 나의 글을 평론할 수 있는,
혹은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바로 나의 친구이다.
그러므로 내겐 그 어떤 미련도 필요 없다.
그래서 늘 먼 풍경을 응시하는 것이다.
또한 동시에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저 먼 하늘에 투명하게 살아 숨 쉬는 나를 오버랩 시키곤.
그 풍경, 온전히 내 가슴에 담아내는 것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