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2

신비(妙)어록3-나, 돌아가는 날에는

신비(妙) 2012. 4. 1. 10:00

 

 

 

 

나 돌아가는 날에는

하늘 아니 울고, 일기 맑았으면 좋겠다.

막 한 여름 지나고 더위 한풀 꺾일 때

마당 한 켠에 옥잠화 피었으면 좋겠다.

뜨겁던 한 낮 지나 마침내 해가 기울면

닫혀 있던 꽃잎 살포시 열렸으면 좋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내 좋아하는 이와 함께라면 좋겠다.

마당에 식탁놓고 하얀 식탁보 깔면

옥잠화 향기 절로 싱그러웠으면 좋겠다.

오래 못 본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어도 좋겠지만

그저 멋진 의자 하나쯤으로 너를 초대하면 좋겠다.

 

그렇게 나 돌아가는 날에는,

곱게 화장하고 거울 앞에 한 번쯤 서 보았으면.

하늘하늘 긴 치맛자락 산책하듯 걸었으면.

멀리 파도 부서지는 해변에 서퍼들 뛰놀았으면.

소식 없던 님에게서 기쁜 소식 날아 들었으면.

새들 쉬어가던 나의 마당에 온 우주 쉬어갔으면.

 

눈부시도록 햇살 쏟아졌으면,

하늘 실컷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뒤로 하고

그저 여느 날처럼 여행가듯 무심히 길 나서면 되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