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사람들은 어린왕자를 모른다
사람들은 어린왕자를 모른다.
아니라면 그들이 세상에 널린 보물을 놔두고
하찮은 쓰레기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별빛을 줍고 달빛을 가르는 빛의 아이.
나의 히로인과 친구가 되지 못할 리 없다.
사막여우처럼 어린왕자를 단박에 알아봤어야 했다.
키 작은 아이처럼 땅에 코 박고 살지 않고
훌쩍 자라나 우주의 천장에 정수리가 닿아야 했다.
그리하여 그 아이와 함께 별빛을 줍고 달빛을 갈라야 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를 지날 때면
많은 소행성 중 어린왕자의 별에도 들렀어야 했다.
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린왕자와 잠시 눈인사 했어야 했다.
은하수를 지날 때면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별 HE 1523-0901에게 악수 한 번 청했어야 했다.
132억년 동안 함께 했으니 우리, 친구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가끔 기지개를 펴고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릴 땐
한 손엔 지구, 또 한 손엔 우주에서 가장 밝은 퀘이사를 두어야 했다.
그렇게 양쪽에 키스 한 번씩 날렸어야 했다.
그렇게 가슴에 130억 광년쯤 품었어야 했다.
빛 속을 달리고 빛 속을 헤엄쳤어야 했다.
마침내 태양을 삼켜 버렸어야 했다.
우주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그 빛 토해내야 했다.
제 모든 것 불태워 아찔하도록 신에 도발했어야 했다.
지금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지만 누구나 제 삶의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그저 어린왕자를 읽을 것이 아니라 진짜 어린 왕자를 만났어야 했다.
영혼이 통째로 뒤집히도록 100%의 만남을 가졌어야 했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