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2

신비(妙)어록3-사람들은 어린왕자를 모른다

신비(妙) 2012. 11. 15. 20:06

 

 

 

사람들은 어린왕자를 모른다.

아니라면 그들이 세상에 널린 보물을 놔두고

하찮은 쓰레기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별빛을 줍고 달빛을 가르는 빛의 아이.

나의 히로인과 친구가 되지 못할 리 없다.

사막여우처럼 어린왕자를 단박에 알아봤어야 했다.

 

 

키 작은 아이처럼 땅에 코 박고 살지 않고

훌쩍 자라나 우주의 천장에 정수리가 닿아야 했다.

그리하여 그 아이와 함께 별빛을 줍고 달빛을 갈라야 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를 지날 때면

많은 소행성 중 어린왕자의 별에도 들렀어야 했다.

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어린왕자와 잠시 눈인사 했어야 했다.

 

 

은하수를 지날 때면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별 HE 1523-0901에게 악수 한 번 청했어야 했다.

132억년 동안 함께 했으니 우리, 친구나 다름없지 않으냐고.

 

 

가끔 기지개를 펴고 양팔을 좌우로 크게 벌릴 땐

한 손엔 지구, 또 한 손엔 우주에서 가장 밝은 퀘이사를 두어야 했다.

그렇게 양쪽에 키스 한 번씩 날렸어야 했다.

 

 

그렇게 가슴에 130억 광년쯤 품었어야 했다.

빛 속을 달리고 빛 속을 헤엄쳤어야 했다.

마침내 태양을 삼켜 버렸어야 했다.

 

 

우주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그 빛 토해내야 했다.

제 모든 것 불태워 아찔하도록 신에 도발했어야 했다.

지금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지만 누구나 제 삶의 주인공이 되었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그저 어린왕자를 읽을 것이 아니라 진짜 어린 왕자를 만났어야 했다.

영혼이 통째로 뒤집히도록 100%의 만남을 가졌어야 했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