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우리는 아주 오래 살아야 한다.
사람이 한 천년쯤 살게 되면
보통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되고,
들을 수 없는 것을 들을 수 있게 된다.
또한 그 누구도 결코 그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아주 오래 살아야 한다.
아주 오래도록 살아서 모든 것을 경험하고, 기억하고, 뼈에 새긴
포효하는 맹수의 그것과도 같은
백전노장이 되어야 한다.
지금으로 부족하다면,
세상의 모든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힘을 주기에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하루에 천 년만큼씩 점점 더 강해져야 한다.
세상이 제 풀에 놀라 뒤집어지도록 장대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살아있는 그 모든 것(生)의 배신자들, 철저하게 응징해주어야 한다.
끝까지 살아서 그대 모든 친구들을 증인으로 만들수 있어야 한다.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누구가의 존재를 부정해본 자들은 모른다.
꼭 예수를 부정한 베드로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그런 이들은 널리고 널렸다는 사실!
약자들을 짓밟는데에 익숙한 이들,
또한 잠시라도 세상의 수많은 약자들을 부정해 본 적이 있는 당신.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약자를 슬며시 외면한 당신 역시도 누군가에겐 약자라는 사실을!
그래서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렇게 서둘러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철없는 자들은 결코 알 수 없겠지만 부정당한 자의 그것은,
조선시대 팽형을 당한 자의 심경과 정확히 같다.
이른바 사회적 죽임을 당하는 것!
아무도 그를 아는 체 하지 않고,
아무도 그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고,
아무도 그를 만나러 오지 않는 처참한 지경.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죽음보다 더 비참한,
진작 죽지 못한 자의, 죽음보다 더한 죽음을 당한 자의 그것!
바로 눈 뜬 유령의 삶!
이제 당신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한다.
거친 사막의 모래바람과 뜨거운 갈증도 이겨내고, 모진 비바람도 견뎌내고,
그렇게 유령처럼, 마녀처럼!
"그러니 지금은 묵묵히 그 낙차를 키우기로 하세, 친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