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신비(妙)어록4-꿈과 시간의 지배자

신비(妙) 2014. 2. 14. 13:23


 
 
나는 어렸을 적부터
꿈과 시간의 지배자였소.

결코 올 수 없는 아빠를
그 사실을 모른 체 기다렸고,

일 년에 한 두 번 볼 수 있는
엄마를 기다렸고,

그 일은 꿈속에서도 계속됐고
어린 나를 온통 지배했소.

사랑하는 이의 떠나는 뒷모습을
높은 곳에 서서 끝까지 본 적이 있소?

어릴 적 내가 살던 그 동네는
그 뒷모습을 보기에 완벽한 장소였소.

사당동의 맨 꼭대기 동네 길은
아랫동네까지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었소.

6살짜리 아이는 가장 높은 그곳에서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었소.

눈물을 삼키면서 때론 줄줄 흘리면서
시간을 갖고 놀기 시작했소.

아니 제압했다고 보는 게 맞소.
시간은 내 앞에서 작아지기 시작했소.

지금은 뒷모습이지만 머지않아
앞모습을 보게 되리라.

그 시간이 아주 짧게 느껴지리라.
6개월이 아니라 6초가 되리라.

시간은 신축성이 있소.
헤어지기 전날 밤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 눈만을 바라보노라면
시간은 잠시 멈추기도 하오.

때론 그 순간이 아주 길어지기도 하고
야속하게도 훌쩍 지나가버리기도 하오.

유비가 촉나라를 건국하기까지의*
그 지난한 시간은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오.

남 일이 아니오!
더 이상 엄마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을 때는

꿈을 기다리게 되었소.
10대 때는 늘 진리에 목말랐소.

공부에 지친 아이들 사이에서
홀로 먼 곳을 응시하며 따로 앉아 있었소.

옷깃을 세우고 앞만 보고 걸어 다녔소.
친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렇게 혼자였소.

지금은 시대를 기다리는 중이오.
더 이상 젊지만은 않은 나는 이제 독기와 광기만 남았소.

시간을 지배하는 수밖에 없소.
꿈을 압도하는 길 밖에 없소.

그래서 인류 최초로 후대를 사는 것이오.
미래를 달리는 것이오.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그렇게 살아 왔소.
현실에선 꿈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오.

감히 진리를 모욕하고
꿈과 시간의 지배자를 조롱하는 이밖에 없소.

호들갑 떨며 다가오는 이도 숱하게 있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빨리 떠나는 법이오.

매순간 사랑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것.
그것만이 내 삶의 비밀이오.

헤어지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소.
그래서 삶은 매순간의 용기이고 투쟁인 거요.

이미 가슴 속에 태양이 있소.
우주를 뒤집을 만한 계획과 포부가 있소.

그것으로 충분하오.
아니라면 우주는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

세상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야 하는 것.
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것.

신은 존재 그 자체로 구원이오.
태양은 그 자체로 빛이오.

내 거대한 계획은 존재 자체가 이미 기적이오.
신은 나를 이렇게 키웠소.

매순간을 이렇게 살아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게 있소.
진리이오.

삶이오.
도대체 인간이란 왜 태어나서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것이 너무나 명확해지오.
삶이 한 손에 확 들어오오.

모든 것을 다 알아 버렸소.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소.

다만 어서 빨리 후대가 보고 싶을 뿐,
미래가 궁금할 뿐,

내가 가고 없는 후대!
그를 목이 빠져라 기다릴 뿐,

그런데 이것을 무슨 이론을 배워 와서
시간 개념이 뭐냐고 하면 복장이 터지오.

인생이 이론이오?
삶이, 진리가, 깨달음이 남의 글 좀 읽는다고 알 수 있는 것이오?

‘후대를 산다’는 것은
그 어떤 철학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오.

그러므로 이론으로 따지면 안 되오.
내 삶에서 빚어진 것이고

오랫동안 내 여린 생살을 찢고 나온 거요.
그를 살짝 훔쳐다 쓰는 것은 용서할 수 있으나,

내가 도리어 그를 베꼈다고 하면
자비란 없소.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를
유괴한 아이라고 말하면

웃으면서 나를 죽이는 것이오.
징징거려야만 아픈 것이겠소?

내겐 그 모든 게 아픔이오.
유쾌하기만 하고 발랄하기만한 지성은 없소.

내가 힘들게 얻게 되었다고
그대도 그러라는 게 아니오.

나는 진리를 얻으려 노력한 적이 없소.
운명이오!

그저 늘 그 자리에 서 있었을 뿐.
내가 서 있는 이곳을 탐구했을 뿐.

혹시나 진리를 알아보는 이가 있을까?
인간을 찾는 것일 뿐.

나는 내 편을 기다리는 중이오.
시대를 기다리고 인간을 기다리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광대한 진리를 오롯이 대면하고 있기 때문이오.

당신이 할 일은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일.

함께 나란히 걷는 일,
큰 계획에 참여하는 일,

그대들은 돈 많이 버시오.
시스템의 막강한 힘으로 다 이기고 사시오.

나는 예전에도 매순간 고흐였고
매순간 소로였듯이,

앞으로도 매순간 고흐로,
소로로 살겠소.

진리는 시스템 안에 들어갈 수 없소.
난 누구의 제자도 아니고

빌어먹을 스승도 섬기지 않소.
신도 내가 구원해야 할 판에 무슨.

다만 나란히 걷는 것이오.
그 무슨 이론 따위 배운 적도 관심도 없소.

이미 내 삶이 진리고 빛이고 기적이오.
나의 첨단에서 너의 그것을 바라볼 뿐.

이곳은 아무도 올 수 없는 곳이오.
기득권이 아니오.

세상 명상서, 철학서 다 읽어보시오.
결코 이 근처도 오지 못하오.

이론으로 알 수 있다면
이론으로 꽁꽁 무장한 그대들은 벌써 나를 능가했어야 했소.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이오.
나보다 똑똑할 수는 있어도,

더 유능할 수는 있어도
더 돈을 많이 벌수는 있어도

진리의 세계에서는 날 따라오지 못하오.
그건 신도 불가능하오.

나는 매순간 진화하기 때문이오.
이론으로 아는 것은 한계가 있소.

진리는 진화해도 사람이 진화하질 않소.
딱딱한 껍질이 있소.

그 껍질을 깨고 나가 훨훨 날기를 바라오.
만나게 된다면 공중에서나 만나기를.
2014/02/14 12:49
-신비(妙)/꿈과 시간의 지배자

*출간된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에 나와 있소.
길게 늘어진 시간을 임의로 단축하기!
(2007년도의 글)

 

 

 

 

*출간된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에 나와 있소.

길게 늘어진 시간을 임의로 단축하기!

(2007년도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