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신비(妙)어록4-빅뱅이다

신비(妙) 2014. 2. 11. 14:58

 

 

우울증이라는 것은
움직이지 않는 것.
매순간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흐르지 않는 물,
고여 있는 물일 것이다.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일 터이다.

 

둘 중 하나만
활발히 움직여도
깊어지진 않을 터이다.

 

그렇다면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골라야 할까?

 

대개의 사람들은
뇌보다는 몸이 좀 더
부지런하다.

 

내 경우는 반대다.
몸이 뇌를 따라가지 못한다.

 

손가락이 아무리 빨라도
매순간 타오르는
사상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이다.

 

흘려버리고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멋진 생각들을
일일이 다 움켜잡지 못해
수시로 손가락 사이로 내보낸다.

 

그러나 우주 밖으로
영영 날아가 버리지는 않는다.

 

끝내 파도에 쓸려 돌아오는 생존자처럼
다시 돌아온다.
나의 세계로 입성한다.

 

물론 장대하게
성장해서 돌아온다.
나는 얼른 일으켜 세워
집으로 데려 가기만 하면 된다.

 

몸은 몰라도
뇌는 빠릿빠릿
움직일 자신이 있다.

 

엔진은 강력하고
보디는 슬림하다.

 

마치 스포츠카처럼!
그렇다면 몸도 빨라지는 법.

 

스포츠선수와 달리
예술가의 챔피언 보디는
강력한 어깨나 두꺼운 허벅지가 아니다.

 

단지 가늘고 길고
우아한 자태다.
유연성이다.
게으름이다.
물론 살찌지 않는 게으름이어야 한다.

 

폼(form)이다.
폼생폼사.
살찐 예술가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살찐 철학자,
살찐 작가,
살찐 로커는 없다.

 

까뮈가 뚱뚱했다면?
밥 딜런이,
소로가 살쪘다면
그림이 안 나와 준다.

 

멀리 창밖을 내다보며
길게 드러누운 예술가를 생각해 보라.
정상에 꼿꼿하게 선
검객을 생각하라.
마침내 뛰어내리는
맨몸의 스카이다이버를 그려보라.

 

여기에 까지 생각이 미치니
다시 움직일 생각이 난다.
우울증은 저 멀리
날아간다.

 

그렇다면 나는
파도가 아니라
저 거대한 대양,
한 떨기 꽃이 아니라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야한다.

 

그렇다.
내 기어이 행성과 유성과 혜성과
항성과 은하가 아니라,
우주 그 자체가 된 이유이다.

 

우주는 움직이지 않지만
움직임 그 자체이다.
폭발 그 자체이다.
부글부글 끓는다.

 

어디선가는 별들이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된다.

 

초신성처럼 폭발하지 않고
빅뱅처럼 폭발한다.
수소와 헬륨 그 자체다.
수소핵융합이다.
빅뱅이다.
2014/02/11 14:08
-신비(妙)/빅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