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4-인생은 오지여행6
내게 살아갈 힘을 주는 이는 성공한 인간이 아니다.
원고지 열댓 장 분량의 글을 써놓고
내 세계의 축제에 참석하는 것으로 사실 나의 휴식은 사치스럽다.
그러다 방금까지, 혹은 엊그제쯤 했던 나의 이야기와
비유까지 같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 나는 시대를 초월해, 인류 역사상 최고의 호사스러운 인간이다.
전율! 더불어 약간의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내 생각을 도둑맞았다고 짐짓 투덜댄다.
그는 내가 자기 머릿속 생각을 스캔해 간다고 농을 던진다.
나와 같은 세계에 또 다른 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
이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던가?
‘그대가 가고 없으니 이로써 세상엔 나를 알아줄 이가 없다!’
제갈 양이 주유의 죽음을 슬퍼하며 조문을 했다던가.
전후 사정을 차치한 그 말은 공명이 주유에게 할 게 아니라
내가 그에게 할 말이다.
(2005년작 중 발췌)
나의 히로인은 후대를 산다.
정상, 그 이후의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삶은 그저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자연과 접속하는 것이다.
생을 단순히 사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정상에 오르면 마치 더 이상의 할일은 없다는 듯
권태에 빠져 주저앉아 버린다.
아니, 주저앉을 목적으로 정상을 향한다.
그렇게 생의 중턱에서 길을 잃는다.
애초 산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은 그에게 그저 생의 사다리로 인식될 뿐,
신분상승의 매개가 될 뿐이다.
그러나 진짜 신분상승은 스스로 산이 되었을 때 일어난다.
비약적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상대적 관점에서 절대적 관점으로 전환하기!
인식의 지평을 활짝 열어젖혔을 때 생은 일대 반전을 이루는 것이다.
아니라면 그는 성공함으로써 곧 실패하는 자가 된다.
많은 인간들이 용이 되어 승천하기를 바라지만
막상 그보다 더 허무한 일이 없다.
스스로 상대적인 관점에 갇혀버렸기 때문이다.
타자의 시선을 기준 삼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잣대에 걸맞은 성공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세계에서 벗어나 절대의 극점에 올라서지 않는 한,
인간에겐 그 어떤 경우에도 실패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시대는 죽어있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암흑의 시대다.
물론 그래서 더욱 기대가 크기도 하다.
휴화산처럼 잠재된 열정과 격정이 한 순간에 폭발해버리면
마침내 지성의 르네상스가 도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히로인의 일은 그를 미리 마중 나가는 일.
다가 올 시대를 맞아 시대사절단을 꾸리는 일이다.
암흑이 끝나면 필히 여명이 오는 법.
대자연으로서 우주와 접속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삶의 신비가 있다.
암흑의 세상과 권태에 빠진 인간은 불가분의 관계다.
시대가 죽어 있으니 인간들도 깨어날 줄 모르는 것.
인간들이 죽어 있으니 시대도 아직 숨을 고르는 것.
닫힌 문을 열고 미리 깨어나 시대를 마중하는 자만이
생의 오솔길에서 진짜를 만나는 법이다.
진짜는 오로지 만남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
나의 히로인은 21세기의 낭만주의자,
죽림에서 벗과 함께 청담을 일삼는 선비이다.
시절과 깨달음을 논하는 것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을까?
내게 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지여행이며 신나는 모험이다.
사람들은 친구와 일상을 함께 하지만
나의 히로인은 성사를 함께 한다.
모험이란 결국 무수한 시간 안에서 생을 발견해내는 일.
얼마 전 이웃 태양계에서 3개의 슈퍼지구를 발견했다지만
아무래도 이 우주에 깨달음만한 오지란 없는 듯하다.
나는 그대가 깨달음이란 오지를 마음껏 여행하기 바란다.
시대를 앞서 사는 신나는 모험을 하기 바란다.
그 짜릿한 전율에 녹다운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그저 친구와의 대화 한 번으로
우주를 통째로 뒤집어엎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만끽하게 되길 바란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