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천둥처럼
신비(妙)
2014. 3. 7. 15:31
미안하지만
그대의 비위를 맞출 수 없다.
역설이지만 비위를 맞추면
그대는 떠나게 되어 있다.
반대로 맞추지 않으면?
당연히 떠나겠지.
떠날 자 떠나고
남을 자 남겠지.
진짜만 남겠지.
어차피 생은 진짜만으로 이야기하는 것.
독자가 70억이라도
쭉정이가 70억일 수 있다.
떠나고 안 떠나고는
생의 완성도와는 하등 상관이 없다.
어차피 배고파서
철학하는 게 아니다.
배고파서 철학하지 않듯이
배불러서 철학하지도 않는다.
독자가 많아지면
배는 부르겠지.
돈이 많으면
한결 수월해지겠지.
그러나 배가 부르던 안 부르던
상관없이 길은 계속 된다.
배부른 자가
철학을 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하기에
배가 부른 것.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가 있다.
그 외의 다른 것에선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자.
진리에는
진리 고유의 길이 있고
그 길을 달릴 뿐이다.
갈 수밖에 없는 길.
끝까지 가야 하는 길.
매순간 끝을 보는 길.
누구도 할 수 없고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일.
그 결을 따라가는 것이
흠결이 될 리도 없지만
그렇다 해도 가야만 한다.
오로지 진리 안에 있을 때에
배가 부를 뿐이다.
정신은 호사스러워지고
영혼은 두둥실 떠다닌다.
내 맘대로 들락날락
천지를 돌아다닐 수 있다.
나의 방랑은 우주의 초대,
혹은 세상에의 방문.
다음번에 그대에게 갈 땐
천둥처럼 갈 것이다.
부디 머리 위를 조심하시게나.
2014/03/07 13:45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