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지키기

경계 지키기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16:30

개인의 영역이 있다.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일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거리.

그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아슬아슬함.

가야금의 열두 명주 줄, 당겨진 활시위.

그 팽팽한 긴장감을 보라.

밀착된 관계는 서로를 파괴한다.

 

 

아슬아슬한 선이 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있다.

뜨거우면 늘어지고 차가우면 끊어지는,

각자의 영역을 보호하는 보호선이자

타인과 나를 공히 같은 인격체로 인정하는 독립선,

각자의 법을 수호하는 수호선이 있다.

 

 

아슬아슬한 선이 있다.

포즈와 포즈 사이에 있다.

스승과 제자는 없지만 위, 아래는 있으며

예의 따윈 필요 없지만 그것이 무례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오만하되 교만해서는 안 된다.

 

 

소리쳐 말하기는 쉬워도

누군가 내게 귀 기울이게 하는 것은 어렵다.

사랑한다 말하기는 쉬워도

그 단 한 사람과 완전하게 소통하기란 어렵다.

 

 

사소한 말 걸기에도 미학이 필요한 법.

사랑한다고 하여 일방적으로 다가가면

상대는 꼭 그만큼 뒤로 물러나는 법이다.

다가간 그 만큼 상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다가간 그 만큼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다시 한 번 다가가기를 포기해선 안 되겠지만

그것이 상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는 형태여서는 안 된다.

 

 

마음껏 자유를 누리면서도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경계가 있다.

온전히 자신을 펼치면서도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경계가 있다.

상대를 피곤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온전히 나를 보여줄 수 있고

그 어떤 표현도 하지 않으면서

완전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다.

 

 

아름답게 다가가고 멋지게 떠나야 한다.

뜨겁게 만나고 쿨하게 돌아서야 한다.

담백하게 웃고 투명하게 울어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 예민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우리 섬세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한 사람과 완전하게 소통하는 일이란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인지,

무수한 세월, 우리 그 시간의 주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에게 골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방법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의 속도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홀로 깨어 고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침내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눈빛만으로 대화할 수 있는 그날까지

자신에게 온전히 골몰할 수 있어야 한다.

끝내 시간에 잠식당하지 않고

시간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다.

아슬아슬한 선이 있다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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