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다.
이를 넘어서는 것은 침략행위로 간주된다.
그것은 의존과 간섭을 낳고 인간이 어느 한 인간에게 소속되게 한다.
나라도 속국이 되면 내정간섭을 받아야 하는 것.
선을 넘지 말라!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비집고 들어가려는,
각 영혼간의 거리가 사랑과 비례한다고 믿는 인간은 최악이다.
온 우주를 다 돌아다녀도 좋지만 경계를 어기지는 마라.
왜? 사랑하는 이가 존재 자체로 기쁨이듯이
그런 이는 존재 자체로 모욕이니까!
연인사이라고 해서 아무 때나 스킨십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부부사이라고 해서 그 모든 것을 공유할 수도 없다.
어제의 내 것이 오늘은 내 것이 아닐 수 있고
오늘 남의 것이 내일은 내 것이 될 수도 있다.
소유의 유효기간은 언제나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분위기 파악이다!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혹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그것을 정확히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그저 저만 당당하면 그게 다 인줄 안다.
타인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른다.
섬세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른다.
분위기 파악에 실패하면 연인에게 괴한 취급을 당할 수도 있고
지인에게서 스토커 취급을 당할 수도 있다.
남의 집 안방에 들어가 시시껄렁한 소리나 해댄다면 되겠는가?
또 목숨이 걸린 자리에서 함부로 입을 놀린다면?
상대가 어떻게 나올 줄 미리 몰랐다는 것은,
분위기 파악에 이미 실패했다는 고백이다.
흥행에 참패하고 쪽박 찬 감독에게 변명은 들어서 무엇 하겠는가?
하긴 거짓말 탐지기의 그림자만 봐도 변명부터 하려드는 게 인간이더라.
“거짓말은 누구나 다 하는 거지 뭐.”
“거짓말 안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누군가가 옆에서, 당신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눈이라도 부라린단 말인가?
이런 식이라면 그는 평생을 변명으로 일관해 온 사람일 터.
자고로 예상외의 반응에 놀라거나 실망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지점을 보고 있었다는 말.
각자 서 있는 곳이 다르므로 소통할 수 없다는 말이다.
또한 상대가 어디에 서 있는지 보지 못했으므로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자신을 내려다 볼 줄 모르는 자는 타인도 볼 수 없는 법.
그저 제 장단에 춤이나 춰주는 친구를 원한다면,
세상에 장난감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
원래 정상에서는 모든 것이 보이는 법인데
존경할 수 없는 사람과 어떻게 친구가 되겠는가?
하여간 인간 사이에는 경계선이 있다.
제아무리 사랑하고 물고 빨아도 죽을 때는 홀로 가야 하는 법이다.
그 엄연한 진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사람들은 그저 제가 잘나서 아직까지 살아 있는 줄 안다.
그리하여 오늘도 저는 영원히 안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댄다. -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