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과 천민

귀족과 천민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2008. 12. 10. 20:59
 귀족과 천민

 

천한(?) 신분의 신데렐라가 어느 날 왕비가 되었다면 그것은 신데렐라의 미모나 유리구두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왕비가 된 신데렐라는 그저 아들 딸 쑥쑥 낳고 잘 살기만 했을까. 동화는 그저 그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지만 이야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일까. 왕비가 된 신데렐라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가난한 시절 세상을 바로 볼 수 있었던 왕비는 기어코 개혁을 단행하지 않았을까. 빛을 잃고 살아가는 세상 낮은 곳의 사람들에게 빛을 주고 싶지는 않았을까.


왕비는 그저 왕비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공주 출신의 왕비와 천한 태생의 왕비에게는 분명 차이가 있다. 궁궐 밖 세상이라곤 전혀 모르는 이와 밑바닥 생활을 체험으로 익히 알고 이. 진실로 말하면 낮은 신분에 있을 때에 세상이 더 잘 보인다.


역시 스스로의 환경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인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 의기소침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그를 넘어설 수 있겠는가. 신데렐라는 신데렐라의 그것을, 공주는 공주의 그것을 넘어설 수 있겠는가. 


신데렐라는 성숙한 자아 대신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 풍부한 경험으로 유능할 것이지만 자칫 자신감을 잃기 쉽다. 그에 비해 공주는 물질의 사치는 누릴 줄 알겠지만 정신의 사치는 누려본 적이 없다. 문화를 소비하기는 하겠지만 정신적으로도 고상하기란 쉽지 않다.


이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그를 극복할 수 있다면 삶은 곧 진일보를 이룬 셈이다. 스스로를 극복한다는 것은 바로 세계를 극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데렐라는 그 자신 정신의 고귀함으로 왕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제도권 내의 모범생에게는 한계가 있다. 그들은 세상 어두운 곳의 진실을 모른다. 외면하기도 하겠지만 실상은 모르는 것이기도 하다. 동전 한 닢이 없어 집까지 걸어가 본 경험이 그들에게 있을까?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은 경험이 그들에게 있을까?

 

신데렐라도 마찬가지다. 왕비가 된 후에 그저 잘 먹고 잘 살았다면 그들과 다를 것이 없다. 기어코 신분 상승을 이루는 것이 목표요, 그것으로 만족하는 삶이라면 그저 물질의 사치만이 그의 기대치였을 것이다. 정신의 사치는 누릴 자격도, 기회도 없는 것이다.

 

정신의 사치란 내 영혼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는 것이다. 내가 신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신의 마음이 되어 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룩한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


쉽지 않다. 대부분 인간들은 환경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이다.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그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정신의 고귀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주어진 그대의 정신을 고귀하게 변화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진정한 사치를 누릴 수 있겠는가.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신은 그 자신의 거룩함을 인간에게 재현했다. 인간 정신의 거룩함을 회복할 수 없다면 그 모든 신의 수고는 허사가 되고 만다. 그대 삶의 의미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며 그대의 삶은 단지 본능에 이끌려 내달려온 허망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귀하고 천한 것은 외형적인 신분이 아니라 정신에 대한 것이다. 꿈과 사랑을 잃어버린 현대인은 그러나 인간 정신의 거룩함조차 믿지 못한다고 한다. 거룩하게 창조된 자가 스스로 미천해 지는 것, 이것이야 말로 신이 가장 슬퍼할 일이 아니겠는가?


지금 시대, 신분제도는 사라졌지만 정신의 귀족천민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공주와 신데렐라(신데렐라 콤플렉스의 그것이 아닌)의 이야기는 오늘날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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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지구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는 실제로 신분제도가 인권을 유린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불가촉천민이라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인도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자비한 가정폭력에 살인 위협에까지 무방비로 노출된 아랍인들도 있다.


이들 억압받는 이들이 스스로 성공하여 거물이 되고 왕비나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그런 성공사례가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성공이 그들만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고 세상 모든 정신적 천민들에게 철퇴를 내리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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