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란 어쩌면 내게 치욕이오.
그것을 얻기 위해 영혼을 파느니 차라리 굶어 죽는 쪽을 택할 것이오.
친척들을 만날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는 귀성객의 인터뷰도 내게는 다 헛소리로 들리오.
나는 혁명을 꿈꾸는 자! 어디 꿈꾸기만 하겠소.
매 순간 내 영토에다 나만의 정부를 세운다오.
내 고향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 여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오.
괜히 세상에 나서 인간들과 섞여 살며 쉴 새 없이 미친 짓을 해대니 말이오.
만약 아니라고 한다면 그들 역시 미친 것이오.
하긴 그들이라고 고민이 없겠소?
식구 먹여 살리고 세상에 자신을 셋팅해야 하니 오히려 나보다 더 복잡하겠소.
내 고민은 오로지 글쓰기뿐이니 몸이 가벼워서 좋소.
가진 것 없는 나는 그래도 친구는 있다오.
순간순간, 언제라도, 무조건 나는 그의 편이오.
친구가 칼로 사람을 벤다면 나는 나의 꿈으로 그 자를 한 번 더 벨 것이오.
친구가 정부의 미움을 받아 타국으로 망명한다면 나는 그곳에다 망명정부를 세울 것이오.
친구가 이미 정부를 세웠다면 나는 그 벽에 우리들만의 꿈으로 낙서를 할 것이오.
신은 눈 한 번 깜박이는 데 수 십 세기가 걸릴지도 모르오.
신의 속눈썹 하나 때문에 우주가 폭발할지 누가 알겠소?
내가 앞으로 몇 백 년을 더 살지는 모르겠으나
매 순간 혼자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또 얼마나 큰 축복이겠소?
묘비명 따위, 내겐 필요도 없소.
나는 오늘도 그냥 웃소.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