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모욕하기

그 여자 모욕하기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15:24

그 여자 모욕하기


나의 히로인을 모욕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가 하는 모든 일에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신경써주는 일 따위!

가령, 아마추어 권투시합에 나가게 된 그에게

“그 선수가 너보다 세던데...”라며 걱정해주면 될 것이다.


또한 적당히, 어느 정도만 믿어주면 된다.

결코 완전하게 신뢰하여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면 안 된다.

독립적인 인격체지만 그래도 일단은 연약한 여자로 대해주기.

일반적인 여성들의 특성을 잘 캐취하여 그에게 적용하거나

“여자가...!” 정도의 말투라면 썩 훌륭할 것이다.


여자는 예쁜 게 최고, 예쁘다고 말해주면 된다.

귀여워해주거나 어린 아이처럼 대해주면 더더욱 좋다.

마음을 테스트하고 확인하는 일도 빠뜨리면 안 된다.

세심하게 물어보고 하나하나 챙겨주고 자상하게 말해주고

이래라 저래라 조언까지 해준다면 정말 퍼펙트하다!


가끔은 그를 아주 잘 안다는 듯이 행동하라!

서슴없이 다가가고 속속들이 친한 척하라!

여자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그가 여자임을 절절히 느끼게 하라!

때로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말라!

보호하고, 양보하고, 지켜주고 그것을 마음껏 표현하라!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완벽하게 그를 모욕하는 길이다!

또한 그에게 완전하게 신뢰를 잃는 길이기도 하다.

천생여자, 여자다운(?) 여자, 여자 빼곤 아무것도 없는 여자,

순수하고 무결한 여자의 결정체, 그야말로 완벽한 여자!

나는 그런 여자가 마초보다 무섭다!


‘여자’에 갇혀 그 세계가 완전하다고 믿는 또 하나의 족속!

마초는 유혹될 수 있지만 그런 족속은 유혹조차 불가능하다.

그들의 세상은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에 ‘여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

그러므로 ‘여자’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그 안에서 행복하다.


존 그레이라는 사람은 말한다.

남자는 신뢰받길 원하고 여자는 관심받길 원한다고!

남자는 여자가 자신의 영역에 개입해 올 때 모욕을 느끼고

여자는 같은 경우에,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그렇다면 나의 히로인은 남자다.


가령, 배우자나 연인이 내일 아침 출장 가는 비행기에 대해

“내일 몇 시 비행기예요? 늦지 않도록 하세요.”

라고 한다면 남자는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에 모욕감을 느끼고

여자는 자상하게 챙겨주는 것에 관심 받는다고 느낀다며!

물론 통계적으로는 엇비슷하게 맞아 들어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놓친 사람에게 또,

“거봐요, 내가 비행기 놓친다고 했지요? 그러게 좀 일찍 자라니까...”

라고 한다면 그 사람이 남자건, 여자건, 부모건, 친구건 간에

그에겐 아주 피곤한 스타일로 치부될 것이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따지자면 나의 영화에 여자는 없다!


‘여자라서 행복한’ 여자, 사랑받는 여자, 쭉쭉빵빵한 여자도 없고

내숭 떠는 여자, 징징대는 여자, 바가지 긁는 여자,  ‘yes'를 'no'로 말하는 여자도 없다.

남편 있고 자식 있는 여자, 현모양처인 여자, 현모양처가 꿈인 여자는 물론

명품 백 하나 못 사주는 남편이라 죄책감 가지게 하는 여자 따위는 없다.

오로지 사랑, 그 자체인 여자가 있을 뿐!

 

세상 그 많은 인간 중에, 그 중에 인간 여자 하나 만나지 못할까마는.

오늘도 나는 믿기로 한다.

세상에 여자인 인간은 있어도 여자라는 인간은 없음을...

'여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최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들 '여자'에게서 '여자'를 빼고 나면 실제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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