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인간

나란 인간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글 2008. 12. 10. 22:50

나란 인간

 

 
10년 넘게 피웠던 담배를 끊던 순간,
나는 담배를 끊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단지 흡연이 ‘습관’이 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을 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담배를 좋아한다.
건강에 좋거나 나쁘거나 그런 건 관심 밖이다.
특히 야외에서 피우는 담배가 좋다.
알싸하고 달콤한 대기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산 속 흡연이 그중 최고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이 번쩍 든 때가 있었다.

모르는 사이 정말 ‘습관’이 되어 버리면,

내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

그건 무서운 일인 거다.

다음 순간 나는 다시 태어나기로 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 혹은 흡연습관이 없는 사람으로!

“이 순간부터 나는 담배를 싫어한다, 아니

난 원래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이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좋아하는 담배를 싫어하기로, 혹은 멀리 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담배에 끄들리지 않고, 담배를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것!

그러나 진실로 말하자면 담배는 핑계고

‘흡연하는 나 자신’을 통제하기로 한 것이다.

당연히 ‘오늘이 금연 며칠 째다‘ 하며 새삼 전전긍긍 할 필요는 없었다.

왜냐면 난 원래 담배를 싫어하고 또 안 피우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종종 장난 심한 동생들이 코 밑까지 담배를 들이밀며 방해작전을 펴기도 했다.

그럴 땐 딱 한마디면 그 놈들도 조용해진다.

“... 술도 끊는다!”

5~6년  전쯤의 일이다.

 

난 좀 산만한 것도 같다.

한 사람만 만나도 정신이 혼미해진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더욱 그러해서,

그가 옆자리에 앉으면 어벙하게 무아지경에 있다가

꼭 차키를 꽃은 채 차문을 잠그는 실수를 한다.

아니면 내 차로 그 사람 차 뒤꽁무니를 박아버린다.

또 아니면 차문을 열어둔 채 내리거나 실내등, 라이트 등을 켜 놓거나!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본 사람은 혹 기억할지 모른다.

능숙하게 운전은 잘하면서 걸핏하면 정신을 놓고 그런 짓을 하는 거다.

집중력이 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책도 잘 못 읽는다.

말이 안 되는 책은 답답해서 못 읽고

말이 되는 책은 생각하느라고 못 읽는다.

이상한 난독증세다.

운동도 그렇다.

운동광(?)인데도 그 좋아하는 것을 하지 못한다.

생각하고 상상하느라고, 또 생각한 것을 옮겨 적거나 되새기느라고,

독서든 운동이든 도대체가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잠도 잘 못자는 것이다.

꿈꾸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꿈꾸느라고!


TV를 봐도 마찬가지다.

뉴스나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좀 쉬려고 멍청하게 TV를 보고 앉았다가도 

결국은 재미가 없어 벌떡 일어나 컴퓨터를 켠다.

글을 쓰든 안 쓰든, 컴퓨터가 가까이에 없으면

그건 안될 말이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지도 못한다.

오백년 만에 친구 놈이 어딜 놀러가자고 해도

이 여러 가지 중병 때문에 결국은 못 가고 만다.

그래서 삐치거나 떠난 친구도 있다.

잠 속으로도 훌쩍 못 떠나는데 머...

집중력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글쎄 노트북에, 녹음기에 첨단문명으로 중무장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


말하자면 나는 극단주의자(?)다.

뭘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느냐는 말도 종종 듣는다.

그 말이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나는 나에 대한 이런 평가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

물론 그것이 비관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자신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하다.

꼭 벼랑 끝까지 스스로를 몰고 가서,

그 자리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어야만 마음이 편한 것이다.

술을 먹고 취하는 것은 좋아도, 알코올에 의존은 안 될 말이고.

친구 만나는 것은 좋아도, 친구에게 의존은 안 될 일이다.

아니, 의존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상대에게는, 아예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보이게 굴거나

애초에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해 달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상대가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나는 최근에 알았다.

일부러 그러는 건 결코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겨먹은 걸 어떡하겠는가.

그래야 숨을 쉴 수 있겠는데...


마음을 아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 순간에 올인한다.

그래서 그 단 한번의 만남으로도 충분한 거다.

평생을 추억하고도 남을 만큼 나는,

그 순간에 내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붓는다.

나는 '만남'이 소중할 수록, 함부로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여긴다.

'관계'가 소중할 수록 더욱 신선하게 지켜 내야한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 영혼을 송두리째 던지고픈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오히려 그 사람을 멀리하는 것이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혹은, 서로에게 적응되지 않도록!

물론 억지로 그러지는 않는다.

내가 숨 쉴 수 있는 한, 가까이 지내고 싶다.

그러나 어쩌다가 전화가 와도, 떨리고 어색하고 숨이 막혀

결국은 못 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휴대전화도 이젠 없지만,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전화하는 것도 받는 것도 어색해서 잘 하지 못한다.

전화 한 번 하고 받는 것에도

내겐, 무슨 세상을 뒤집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실은 '나의 주인공'의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조차 어색하고 떨려서,

그 흥분이 가시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른다.

그 1초가 멈추어 버리면, 나로선 영원 같을 때도 있는 것이다.

친구에게 짤막한 쪽지 한통을 받아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내 친구는 알고 있을까?


조금 어색하고 서먹한 게 좋다.

습관이 되지 않아 불편한 것에 쾌감을 느낀다.

나는 사는 것 자체가 어색하다.

가끔은 숨 쉬는 것조차 서먹하고 불편하다.

반복되는 것이나, 정기적인 것

혹은 미리 정해진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가능성의 폭이 좁아지는 것, 뻔한 것,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숨쉬는 유일한 방법은

생각하고 상상하고 명상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통용되는 생각이 아닌, 오직 나만의 것!

아니라면 아마, 죽어도 예전에 죽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살고, 친구가 없어도 살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밥을 안 먹어도, 잠을 못자도 살지만

숨을 멈추고는 살 수가 없지 않은가.

그것은 내 생명줄이다.

내게 대단히 민감한 부분인 것이다.


그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혼신을 바쳐 만들어온 진검과 같다.

나는 어쩌면 검을 차고 벼랑 위에 서 있는 사람!

언제든 또 다른 벼랑으로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나의 검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

그것으로 나를 겨누지만 않는다면.

하긴 그렇다 해도 별 뾰족한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남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 칠 수도 있는 것이고

가슴에 칼을 박아 넣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런 건 아주 흔한 일이니까.

가끔은 나도 이런 자신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니까!

나를 친구로 둔 사람은 나를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최고의 친구 아니면 최악의 친구!

아니 최악의 친구라기 보단, 그냥 한 때 좀 알던 인간!


그냥 생긴 대로 산다.

바꿀 수도 없겠지만 나는 나의 이런 극단적인 점이 나쁘지 않다.

한꺼번에 몰입하고, 끝장보고, 다시 시작하고

다 던져 넣고, 풍덩 빠지고, 허허롭게 돌아서고!

다만, ‘한때 좀 알던 인간’으로 인해 상처받는 친구가 없기를 바랄 뿐.

내가 담배를 끊었다고 해서 담배가 내게 상처받지 않듯이

나를 아는 누군가도 담배처럼 그저 그렇게 덤덤하게 생각하기를 바랄 뿐이다.

담배를 끊는 것은 담배가 싫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담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잘못도 없는 담배를 혐오해서가 아니라,  

혹시 습관에 구속될지도 모를 나를 혐오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다.

뭐, 아주 융통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담배를 끊었지만 아주 가끔은 피우기도 하니까!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신선하게 그렇게 담배를 대하니까!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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