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하고픈 말 4

너에게 하고픈 말 4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2008. 12. 10. 21:34

너에게 하고픈 말 4


나는 너를 내가 숨쉬는 공기와 같이 느낀다.

그러나 공기라는 것이,

가까이 있어 평소엔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나는 너를 나의 들숨이며 날숨이라고 하겠다.

나는 주위의 공기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나를 포근하게 안고 있다가

내가 숨을 쉬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공기는 나를 제 안에서 온전히 자유롭게 하고

또한 숨쉬게 한다.


그래도 때로 숨쉬는 것조차 잊을 때가 있지 않느냐고 한다면

나는 너를 신념이라고 하겠다.

너는 나를 숨쉬게 할 뿐 아니라 살아가게 한다.

나의 자부심에 합당한 의미가 되어주고

단 한 번의 생을 더욱 빛나게 하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꿈을 꾸게 하여주고 그럼으로

오늘 하루를 살게 한다. 그래서

단 한순간도 너를 잊을 수가 없는 거다.


완전한 소통은

너와 나의 순간을 완성시키고

우리의 생을 의미 있게 하며

전 우주의 역사까지를 한 순간에 아우른다.

나의 영화는 그 모든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매순간 되새겨준다.

나는 이 거대한 광경 앞에 자주 숨이 멎는다.

우리의 대화는 침묵으로도 가능하다.


가끔 너는 독백으로 나에게 말 걸어온다.

그럴 때면 언제나 너는 허공중에 나타나며 두 손으로는 나의 볼을 감싼다.

그럴 땐 마치 요람 속의 아기처럼 온전히 너에게 나를 맡긴다.

우리에겐 독백도 대화도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만남은 시공을 초월하여 가능하다.


너와의 만남을 떠올리면 거대한 두 동그라미가 보인다.

제각각 우주만한 동그라미는 어느 한점에서 만나고

그 장엄한 광경은 미상불 태초를 떠오르게 한다.

어느덧 우리는 모든 것을 뛰어넘어 하나가 된다.

그래서 너를 만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헤어지는 것도 우리의 일이다.

헤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잡은 손을 잠시나마 놓아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는 나를 안은 대기이며 나는 네 코끝을 스치는 산들바람이다.

내가 숨쉬는 대기는 언제나 달콤했고

너는 코끝을 스치는 산들바람에도 감동했다.

생각하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로를 알아보았던 거다.

그러므로 너와 헤어지는 것은 사실 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너와 함께 있지 않을 때 함께임을 느낀다.

내 주위를 감싸고 있는 공기 안에서 나는 언제나 자유롭다.

그 공기 안에 내가 있고 공기는 또 언제나 내 속으로 들어온다.

나는 너에게 안겨 있으면서 너를 들이마시고 내쉰다.

너는 나를 뺀 모든 것이기도 하고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오래 전 우리는 서로의 초대에 응했던 거다.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만난 것이다.

 

 


인간은 사실 친구를 원한다.

갖가지 형태로 만나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연인도, 부부도, 가족도 결국에는 친구가 되어야 하는 거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도 만나고

아내와 남편이라는 이름으로도 만나고

남자와 여자로도, 사랑하는 사이로도 만나지만

관계의 완성이란 결국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름에 의존하지 않고 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생을 함께 하는 동지이며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이름만이 아닌 속살까지 진짜 친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관계들도 결국은 먼 길을 돌아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야 비로소 관계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친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인식의 지평을 여는 일이다.

기존의 인식체계를 부수고 새로운 인식체계를 세우는 것이며

기존의 세계를 뒤집어엎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것이다.

인식이 곧 세계인 까닭이다.

기존의 인식을 넘어서지 못한 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친구를 발견할 수 없다.

친구로 만날 이들을 다른 이름으로, 다른 역할로서만 만나는 것이다.

결국은 친구를 잃고 있는 것이다.

 

만나야 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서라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 한다.

그제서야 인간은 생의 의미를 알게 된다.

비로소 의미있는 삶이 되는 거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하단 사이드바 열기

BLOG main im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