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존재하고 싶다

다만 존재하고 싶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2008. 12. 10. 22:56
다만 존재하고 싶다
 
그와 나 사이에 바다를 두어야겠다.
가끔은 로맨틱한 격정에 휩싸여
목숨 따윈 아랑곳없이,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때로 파도에 온몸을 맡기고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비로소 마주 선다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혹여 유람선이라도 생겨 우리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나는 아주 외딴 곳의 섬이 되어야겠다.
아니, 바람결에라도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도록
아주 먼 곳의 별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신도 모르게 살아야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속으로 건너가면 된다.
그에게는 오직 '백퍼센트의 나'만 허락해야 하니까.
아주 오랫동안 그를 그리워하고 싶으니,
나는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살아야겠다.
그렇다! 나는 극단적인 낭만주의자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내가 진실로 사랑하는 이는
다른 은하계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게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고,
또 나를 위해 살아가지도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이렇게 떨어져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매순간 그에 의해 사는 듯 하다.
아니, 오로지 그를 위해 숨쉬는 듯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면 '내가 사는 이유'와 '나의 굳건한 신념'도
모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이다.
아니다! 애초에 그의 존재로 인해
나의 삶이 기원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찌 매순간 이렇게
그와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몸은 멀리 있다.
그러나 마음은 원래 하나였음을 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역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며
나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렇게 멀리서도 안다.


무서운 것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랑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가장 무섭다.
그에겐 내가 잘 보여야 하고,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는,
그 사랑을 넘어섰을 때이다.
바로 그 사랑에 안주하지 않았을 때
공허한 마음으로,
홀로 당당해지는 때이다.
비로소 여유롭고 비로소 자유로워
내 자신을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대지를 가르는 바람처럼
그렇게 진정으로 멋있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것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멋지지 않은 나'는 정말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이 딜레마를 어찌할 것인가?
나는 신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다만 진실로 존재하고 싶은 것이다!
마치 2000년 전 먼저 왔던 예수나 부처처럼.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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