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꾸하지 말라!

대꾸하지 말라!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21:38

한 때 TV프로그램에서 유행했던 <당연하지> 게임이 있었다.

상대의 곤혹스러운 질문에 동요하지 않고 ‘당연하지!’로 답한 다음

다시 상대를 쩔쩔매게 만들 만한 질문을 던지면 성공하는 게임.

만약 상대의 질문에 당황하여 당연하지를 외치지 못하거나

얼떨결에 그 질문에 답을 하게 되면 게임 끝! 지는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무언가를 아는 양반이던가.

이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하지!’가 아니다.

물론 난처한 질문을 해서 상대를 혼미하게 하는 것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난폭(!)한 질문공격에 동요하지 않는 것.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제 할 일, 즉 대답이 아닌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제법 의미심장한 놀이가 아닐 수 없다.

게임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이 같은 일은 늘 벌어진다.

대다수의 인간들은 누군가 말을 하면 대꾸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내 보기에 인간들은 이른바 질문 공포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선문답 비슷한 분위기라도 풍기게 되면 그 강박은 더욱 심해진다.

 

답은 하나다. 자신의 세계를 가꾸는 것!

오로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품는 것.

제 안에서 우주가 만들어지고 그것에 대해 할 말이 끓어 넘치지 않는 한

상대의 말에 연연하여 당황하게 되어 있다.

그리하여 반사적으로 상대의 말에 대꾸하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는 것!

이른바 ‘낚시’라고 한다.

누군가 튀는 행동을 하면 반사적으로 비난을 하는 것이나

자신을 나무라거나 공격하면 당황하여 본능적으로 변명을 하는 것이나

죄다 미끼에 걸린 것이다.

 

문제는 남이 꿈처럼 펼치는 이야기에 일일이 대꾸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는 그 이야기를 할 때 아마 눈을 뜨고 꿈을 꾸지 않겠는가?

거기에 대고 "당연하지!"를 외치는 것은 뻔뻔한 무임승차.

“아니, 그렇지 않아!” 반대하는 일은 미끼를 문 것.

자신의 이야기를 하라니까 그러고들 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피곤한 이유가 그것이다.

“잘 지냈니?” 인사만 해도

“뭐 잘 지낸 것도 아니고 잘 안 지낸 것도 아니고...”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다. 답이 길어진다.

그런 사람과는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아 인사조차 나눌 수가 없는 거다.

 

인사만 해도 피곤이 몰려오고,

한 나절을 마주 앉아 있어도 전혀 눈빛도, 마음도 나눌 수 없다면

서로 다른 별에 앉아 있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남의 이야기는 온전히 놔두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일이다.

말꼬리는 바로 미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 빛깔과 향기를 달리할지라도

서로가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이 소통인 것!

물론 아주 어렵고, 역사적으로도 드문 일이긴 하지만.

별이 저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행복할 수 있었듯이

그런 경지가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은 것 아닐까?

 

하여간 편안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저 맹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까칠하게 구는 것과는 구별되는 그것.

유연하되 자신의 세계에 대해선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양보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한 예의이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남의 뒤에 얼렁뚱땅 줄 서지 말고 당당하게 값을 치러야 한다.

누군가 운을 띄웠으면 자기 흥으로써 압운을 달아야 하는 것.

그렇지 않다면 이 광막한 우주에 홀로 있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소통하지 못해 타의로 혼자라면 당연히 처절하게 외로울 터.

 

우리는 각자 제 별에 앉아 다른 별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

소통이란 영혼의 오르가즘!

결혼한 이들이 늘어놓는 개그 같은 푸념들도 나름 이유는 있는 것이다.

아이를 낳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왜 그런 죽은 관계가 한심하지 않겠는가?

사랑은 생명 그 자체인데 말이다.

 

생명은 생명으로서 언제까지나 살아있을 의무와 권리가 있는 법.

그러나 돌아보니 이 텅 빈 들판에는 아무도 없구나!

어쨌거나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 가난한 자에게도

대기(大氣)라는 소통의 메신저가 있어 그것으로 생의 의미를 다했다는,

그런 전설이 우주의 어느 한 구석에 전해내려 온다는 사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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