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기

동그라미 그리기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22:51

팔을 올려 자기가 그릴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큰 동그라미를 그려야 한다.

그것은 바로 각자의 영토!

크고 긴 팔을 가진 사람은 큰 동그라미를 그렸을 것이고

짧은 팔을 가진 사람은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을 터이다.

자신의 크기만큼 그렸으니 그것은 곧 자신의 몸집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자신의 책임!

그것에 대해 변명하거나 타인에 그 몫을 전가해선 안 된다.

영혼이 없는 자의 고백은 가련할 뿐.

제 영혼을 수습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는가?

초대장을 뿌려댄들 텅 빈 축제에 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동그라미가 작은 사람도 얼마든지 그 안에서 잘살 수 있다.

애초에 몸집이 작으니까 좁은 곳에서도 답답한 줄 모르는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마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이 우주에는 아주 긴 팔을 가진 거인도 존재한다는 사실!

당연히 거인들은 아무 초대장이나 받아들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만의 세계에서 사는 법!

삶은 계속되고 또한 축제도 가끔은 벌어진다.

작은 별에서는 그에 걸맞은 앙증맞은 파티가 벌어지겠지만

거기에 관심가질 이는 역시 엇비슷한  체구를 가진 이들 뿐이다.

바깥세상이 두려워 금 밖으로는 나갈 엄두도 못내는 우물 안 개구리들!

 


그러나 문학을 하는 사람들, 혹은 예술가라면

마땅히 그 금 밖으로 나가기를 주저해서는 안 된다.

보다 넓은 세계와 만나고 편견과 금기를 깨는 방법으로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도 그들 예술가의 무모한 도전으로 인해

더욱 넓은 세계와 만날 수 있도록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는 것이다.

 


바로 예술가들의 자유를 질투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예수의 죽음을 질투하는 이가 대부분인 이 세상에서

그래도 예술가들은 그들 평범한 인간들을 대표한다.

평범한 이에게는 그것이 한낱 방종과 타락이겠지만

예술가들은 아랑곳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갈 뿐.

 


함부로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인류의 역사는 참된 예술가들에 의해 여기까지 온 것임을.

소박한 아저씨, 아줌마들의 무임승차야 예전부터 있어온 일이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저 동창회에나 나가 떠들면 될 일!

어차피 서로 마주칠 일도 없다.

 


작더라도 별의 크기가 같다면 서로 만나는 것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물론 서로의 별을 채운 그것이 다르다면 충돌은 피할 수 없겠지만,

그럭저럭 지지고 볶고 사람 사는 향내를 피우며 살 수는 있을 것이다.

혹자는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들 하지만

천만에! 그것은 가련한 신세한탄에 자기위안일 뿐.

 


사실을 말하자면 같은 별에 살고 있는 사람끼리 교류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큰 별사람이 작은 별에 갈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작은 별에 갈 땐 질식사를 각오해야 하고,

큰 별에 갈 땐 광대한 그곳에서 혹한에 얼어 죽을 각오쯤 해야 한다.

또한 볼 일 끝났으면 주저앉아 있지 말고 얼른 제 별로 돌아오는 센스도 발휘해야 한다.

 


열두 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마법도 풀리는데

타인의 세계가 제 몸에 딱 맞을 리 없다

만남도 좋고, 사랑도 좋지만 그것이 곧 ‘밀착’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영혼은 각자 엄연히 독립된 것!

천지분간 못하고 어정대다가는 자칫 비명에 가는 수가 있다.

 


문제는 각  세계간의 거리!

진리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별 사람끼리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제든 만날 수 있다.

텔레파시로도 만나고, 대기(大氣) 중으로도 만나고, 꿈으로도 만난다.

그러나 서로가 버린 것들로 제 세계를 가득 채운 이들끼리는 그럴 일이 없다.

각 영혼의 세계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그것!

 


대다수의 사람들에 있어서 사랑은 그저

서로 꼭 붙어 있거나 아니면 헤어지거나 둘 중 하나!

그러나 그 둘 사이 아슬아슬한 어느 지점에 사랑의 정수가 있다.

사랑한다는 것과 서로 의지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

사랑은 보험이 아니라 생명 그 자체이다.

 


만날 때 그 눈에서 ‘처음’이 보이고 헤어질 때 ‘마지막’이 보여야 하는 것!

서로의 법이 일치함으로써 짜릿한 전율이 있고

그 빛깔과 향기가 다름으로써 신비로움이 있는 것!

또한 애초에 서로가 같은 별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일!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언제나 홀로 세상 끝에 서게 되는 것!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몇 백 년 전 갈릴레이는 말했다지만

종교재판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저 죽을 줄 알면서도, 그럼에도 그 길로 휘적휘적 걸어가야지!

나는 가끔 이 시대의 종교재판을 보는, 환영 아닌 환영에 시달린다.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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