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그리기 2

동그라미 그리기 2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23:44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있다.
그것은 인간 영혼의 영토이며 세계관의 한계, 가능성의 영역이다.
컴퍼스로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것!
스스로 그어 놓은 금 안쪽이 자신의 세계이다.
혹자는 그것이 국가와 사회, 혹은 인습과 편견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하겠지만
실은 죄다 겁쟁이들이 만든 것이다.
그 주체가 국가든, 사회든, 개인이든 겁쟁이가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미리 금을 그어 인간을 가둔단 말인가!
 
 
우리는 -말하자면 -이브의 자손들!
역사는 그때 - 금기를 깨뜨리는 것으로 - 이미 시작되었다.
당겨진 활시위와 같고 발사된 총알과 같다.
어쩌겠는가? 활은 이미 시위를 떠났는데!
무엇을 핑계로 에덴동산의 금 안으로 다시 돌아가겠는가?
  
 
금지된 것들이 있다.
인간은 스스로를 옭아 맬 삼천계명쯤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러니 신이 계명이나 계율 따위를 만들지 않은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신은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동성애를 금하지도, 성전환을 금하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신, 자신에게 의존하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들은 스스로 금을 그어 그 안으로 숨어들고 있다.
혹자는 그곳을 신의 품이라 여길 테고
혹자는 또 그곳을 자신의 세계라고 여기겠지만 천만에!
그곳은 감옥이다.
스스로 지은 한계가 형벌인 감옥 아닌 감옥.
그 안은 안전할지 모르나 완전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 알량한 안전이란 실로 모래 위에 건설된 제국과 다르지 않다.
 
 
금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아니,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금 밖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세상에는 금 밖 세상을 여행하는 순례자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
그러나 사람들은 대개 그들 순례자들의 자유를 질투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세계가 더욱 광대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것일까?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그렇게들 화를 내겠는가?
하긴 그들을 질투하고 안하고 역시 각자 자신의 문제일 뿐이다.
 
  
오히려 인간들은 금 안에서 잘도 적응하며 살아간다.
그들은 어떠한 일이든 주입된 프로그램대로 움직이려든다.
프로그램에 의문을 가지는 대신 그에 손쉽게 편승하는 것이다.
금 밖 순례자들이 그렇듯 그들 역시 금 안 세상에 중독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기존의 세계관, 혹은 타인의 기준, 그리고 법과 제도.
금 안에는 중독될 만한 가치를 가진 것이 없다.
무엇 하나 영원한 것이 없지 않은가?
그것을 초월한 무언가, 이를 테면 신과 자연 같은 것 말이다.
 
  
사실 훈수 두는 이만큼 바둑을 잘 둘 수 있는 이도 없다.
진정한 고수는 바둑판 밖에서 바둑을 두는 이.
사랑 안에서도, 삶 안에서도 인간은 곧잘 장님이 된다.
건물을 보려면 건물 밖으로 나오라.
사랑을 보려거든 사랑 밖으로 나오라!
원래 밖에선 안이 잘 보인다는 사실!
제아무리 갖은 지식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그 한계를 숨길 수는 없는 법.
금 안이라는 자체가 바로 한계이기 때문이다.
 
 
패자와 영웅과 호걸이 험난한 생을 사는 것은 당연하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명성은 루머와 악평을 동반하기 마련이고
시대를 앞선 천재는 광기와 고독을 담보한다.
반면 단란한 가족과의 소박한 즐거움은 필부필부의 권리와도 같은 것!
인간에게는 각자의 스케일이 있다.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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