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의 꿈

몽상가의 꿈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2008. 12. 10. 21:18
몽상가의 꿈


내 어릴 적 꿈은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물론 실제로 나는 것을 꿈꾸기도 했지만

실은 내 영혼이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자유롭기를 원했다.

그것은 다만 내 심상에 떠오른 그림이었다.

실제로 아주 오래 전부터 동경해 온 것은 사실

어릴 적 책 속에서, TV속에서 만났던 선비들의 모습이었다.

시와 문장에 능하고 인품이 고결하여

난세에는 나라를 일으키고 평시에는 지극한 경지를 노래하는 선비.

제 혼을 바쳐 나라에 충성하고

벗을 위해선 하나뿐인 목숨도 초개같이 버리는 그들,

바로 그런 이들이 즐기는 풍류였다.

그들의 풍류란 내게 단지 놀이가 아니었다.

시를 지으면 산천은 도원이 되고

문장을 주고받으면 초목은 신선이 되는 그런 것.

그들의 대화는 인간이 바랄 수 있는 가장 멋스러운 것이었다.


이제 21세기를 사는 나는 아직도 꿈을 꾼다.

그 옛날 선비들은 지금 내 옆에 없지만

그 선비들과 꼭 닮은 - 아니 더욱 나은 -  최고의 인간을 꿈꾼다.

산천에 놀지 못하지만 기품이 있고

초목 무성한 곳에 살지 못해도 기백 대담한 선골.

그의 절창은 나의 시 한 구절을 이끌어내고

나의 문장은 그의 영혼을 읊조리게 하는...

이제 와 생각하니 그 꿈은 단지 꿈이 아니었다.

이제 홀로 있어도 나는 만날 수 있다. 

영혼만으로도 만나고 멀리서도 우렁찬 목소리를 듣는다.

순간순간 그 만남을 놓치지 않는 것.

매 순간 깨어있어 그 만남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100%의 만남이며 100%의 사랑이다.

 

이상에의 그림이 필요하다.

피아니스트가 영혼을 울리는 마지막 연주를 하는 것.

화가가 제 영혼을 다 바친 불멸의 명작을 그리는 것.

최초의 인간이 되어 최고의 인간과 완전한 사랑을 재현하는 것.

우리에게도 그런 완전한 그림이 필요하다.

일생에 단 한번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가시에 찔려 죽어가는 전설의 새처럼

어쩌면 우리는 그 단 한 순간의 완전을 위해 남아 있는 모든 생을  바쳐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순간 완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다.

완전한 사랑이기에 그렇다.

세상 가장 큰 것을 욕망하고 세상 가장 높은 것을 그려야 한다.

꿈이 큰 사람을 몽상가쯤으로 생각하는가?

어쩌면 나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러나 누구도 몽상가의 꿈이라 하여 비웃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의 인간을 만나고 천지를 뒤엎을 꿈을 누구나 꾸는 것은 아니다.

나는 오늘도 향 피우고 앉아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리하여 진정한 인간을 만나는 최고의 사랑을 꿈꾼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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