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정착하지 않는다!

사랑은 정착하지 않는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8. 12. 11. 22:36

사랑은 정착하지 않는다!

나의 세계의 재료 역시 사랑이다.

그러므로 내가 정착할 일은 없다. 특히 인간에겐!

인간이 아니라 나의 세계와 진리 혹은 그것이 신이라 해도

그것에 안주하느니 차라리 세계를 부유하는 티끌이 되리라!

 


어쩌면 나는 태생적 유목민이다.

아니, ‘부유(浮遊)인’이다.

먼지처럼 떠돌아 세계를 섭렵하는 것,

끊임없는 부유, 결정지어지지 않는 것, 이름 없음이 나의 취향이다.

그게 바로 생(生)이라는 매력적인 이름인 것이다.

 


물론 나도 가끔은 다른 별에 놀러갈 때가 있다.

그러나 편협한 그곳에선 이내 질식사를 당하고 만다.

애초에 오래 있을 곳이 못되었다.

그곳을 빠져 돌아온 나의 세계는 청량하다.

돌아오면 나는 제일 먼저 창을 열고 긴 호흡에 들어간다.

 


당연하지만 내 세계에는 고대의 왕이 왕비를 기리기 위해 지은 궁전 따위는 없다.

또한 황제의 권력으로 지은 장성도,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든 도시도 없다.

그저 원시림과도 같은,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

나는 나의 세계 최초의 왕인 것이다.

 


그렇다. 오래전 나는 내 영토에 나라를 세웠다.

그곳은 꿈과 자유와 사랑이 너울너울 춤추는 곳.

또한 게으름과 미친 짓과 실수가 아기처럼 방글거리며 미소 짓는 곳이다.

아니, 어쩌면 무법과 비도덕의 천국일지도!

그러나 세계 전체를 꿰뚫는 법은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다.

 


그 누구도 쳐들어오거나 더럽힐 수 없는,

마치 소도와도 같이 신성한 곳.

광대하지만 황량하지 않고 원초적이지만 거칠지 않은,

여전히 태곳적 신비를 간직한 매혹의 땅!

나는 그 풍경들의 영원한 주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은 크던 작던 각자 자기별의 대표!

‘나’라고 말하는 것에 정말 ‘나’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이 신이 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나’라고 말하는 것에 ‘나 아닌 것들’을 포함시키는 것.

즉 나의 -그것도 부분적인 - 대표가 되지 말고 ‘우주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나의 진정한 주인이 됨과 동시에 우주의 주인이 되는 것!

물론 신에 도발한 발칙한 자의 이야기이다.

대신 각자는 자신들이 숭배하는 것들로 제 별을 가득 채웠을 터.

과연 주인이란 자는 무엇으로 자기 세계를 채우는가?

바로 내가 인간을 보는 관점이다.

 


인간은 자신의 신을 닮아간다.

그 사람이 믿는 것은 곧 그 사람 그 자체!

산이 좋아 산에 가서 산이 된 사람이 있듯

인간은 제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이 되는 법.

오늘도 나는 엽전처럼 생긴 군상들이 보기 싫어 TV채널을 돌리는 것이다.


 

나도 이제 세상에 데뷔한 지가 꽤 되었다.

횟수로 따져보아도 이미 신인은 아니다.

당연히 주연상쯤 받을 때가 되었다.

내 인생의 여우주연상을 받고 싶다!

물론 최우수감독상도 결코 양보하진 않겠지만.

 


나는 내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최우수작품상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뒷사람들의 몫이기도 한 것!

내가 날마다 후세의 심사위원들에게 줄

뇌물을 연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삶의 제사장!

인간의 것이 아닌 내 영혼이 도달할 그것에 날마다 기도를 올린다.

제물은 반드시 침묵과 고독으로 준비한다.

반면 신은 아침마다 내 창을 두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가끔 신이 나를 편애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한다.

 


하긴 철없는 아이처럼 만날 매달리고 징징거리지 않으니,

적어도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

신의 보답에 관심이 없는 이, 그 한 사람을 찾는 것이 바로 신의 고민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제가 얼마나 신에게 부담을 주는지 모르고 있다.

 


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여 사랑을 질식시키는가?

왜 자신의 무지와 외로움을 사랑이라 가장하고

한사코 신을 (혹은 타인을) 곁에 붙잡아 두려고만 하는가?

왜 가던 길을 멈추고 주저앉아 편안해지려고만 하는가?

왜 비루한 자신에 스스로 만족하는가?

 


사랑이란 마치 신의 그것처럼 자신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

또한 신처럼 매 순간 깨어 자신을 지켜보는 것.

그리하여 타인에게서조차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가까이 있을 때 정작 가까이 있지 않음을 알고

멀리 있을 때 진정 멀리 있지 아니함을 아는 것이거늘!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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