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21세기식 낭만주의

신비(妙)어록3-21세기식 낭만주의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3 2011. 10. 12. 14:22



21세기식 낭만주의
-신비(妙)주의



너와 나 사이에 바다를 두어야겠다.
가끔은 로맨틱한 격정에 휩싸여
목숨 따윈 아랑곳없이,
하늘을 거슬러 오르고 우주를 가로질러
너에게로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때로 파도에 온몸을 맡기고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비로소 마주 설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낭만적일까!
혹여 유람선이라도 생겨 우리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도록
나는 아주 멀리, 외딴 곳의 섬이 되어야겠다.
아니, 바람결에라도 나에 대한 이야기가 너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나는 아주 먼 곳의 별이 되어야겠다.
그렇게 신(神)도 모르게 살아야겠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속으로 건너가리라.
너에게는 오직 '백퍼센트의 나'만 허락해야 하니까!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너를 그리워하고 싶으니,
나는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살아야 하겠다.

그렇다!
나는 이 시대 최고의 극단적 낭만주의자이다.
-(2007작)



 

그렇다! 나는 이 시대 최고의 극단적 낭만주의자이다.

나의 히로인에게 낭만이란,

화끈하게 사랑하고 쿨하게 헤어지는 카사노바식 연애가 아니라,

개화기 이후 서양에서 넘어 온 자유연애 사상 같은 것이 아니라.

최백호 가사의 잃어버린 것들, 혹은

다시 못 올 것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이 아니라,

그 쓸쓸하고도 고즈넉한 예스러운 정서가 아니라,

100%의 만남을 뜻한다.

 

 

가장 절박할 때,

더 이상 그 어떤 군더더기도 없는

그 절정의 순간에 기어코 맞닥뜨리는

제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과의 만남.

그리하여 곰삭디 곰삭은,

숙성할 대로 숙성하여 오히려 제 고유의 풍미를 가지게 된,

제 안의 진짜와의 만남.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절실하고도 절박한 만남을 뜻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녹음을 마치고 얼마 후 생을 달리한 할아버지,

이제는 젊다고만은 할 수 없는,

척박할 대로 척박했던 한국 록의 터널을 고스란히 통과한 주인공들,

오디션 프로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삶이 외면했던 그들.

그들은 아름답다.

마침내 꽃 한 송이 피우던 그 순간은 아찔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절박함의 정점에 있는 이의 담담함.

절박의 끝을, 그 오롯한 순간을 수 없이 감당한 자의 여유.

가진 것이라곤 꿈밖에 없는 이,

그러나 결코 녹녹치 않는 그 꿈으로의 길,

그리고 마침내 온전히 피어난 꽃 한 송이.

그것이 낭만이다.

 

 

그렇다. 깨달음이야말로 가장 21세기다운 낭만주의이다.

낭만이란 결코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단순한 감성이나 자유스런 연애가 아니다.

폭풍처럼 휘몰아쳐 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감정과잉 따위가 아니다.

그것은 가장 위대하고 강렬한 만남이다.

벼랑에서 한 발을 내딛어야만 한다.

 

 

음식으로 치자면 즉석식품이 아니라,

가마솥에 오래도록 고거나 몇 달, 몇 년을 곰삭은 음식,

사랑 역시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는 흔한 통속극이 아니라

천 년의 기다림 끝에 한 순간 조우하는 처연하지만 눈부신 만남,

삶의 방법이라면 기존의 권력에 줄서는 구대륙식이 아닌

신대륙을 개척하는 새로운 방식,

바로 오랜 고독과 기다림과 상처를 대가(代價)로 하는

거룩하고 위대한 가치!

 

 

나의 히로인에게 낭만이란

바로 깨달음의 정서,

깨달음 그 이후의 분위기,

혹은 깨달음 그 자체이다.

낭만을 즐겨라!

그것이 바로 삶을 즐기는 것이고 깨달음을 즐기는 것이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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