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와 마찬가지로 남자도 거기서 거기다.
제아무리 잘 생기고 학식이 뛰어나다 해도
또한 사회적 지위가 높고 돈이 많다 해도
자신의 세계가 빈약하다면 더 이상 볼 것은 없다.
여성성 혹은 남성성으로의 승부는 허무 그 자체!
그들 세계로의 여행은 기껏해야 삼 개월이면 끝이다.
단 백일도 못 갈 생(生)을 다시 산다는 것은 미친 짓!
더구나 뻔히 아는 길을 탐험하는 모험가란 없다.
순진한 여자들에게야 웬만한 남자들은 죄다 신대륙이겠지만
최고의 탐험가에게 그들은 동네마다 있는 골목길보다 못하다.
그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엔 유효기간이 있다.
모든 것이 유한한 이 세상 것들 중 그 사랑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
초콜릿이나 사탕 따위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니, 그것이 수억대의 빛나는 다이아몬드라고 해도
그 사랑이 유한하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렇다. 애초에 저들은 이 유한한 세상에 대한 불만이 없었다.
그저 어수룩한 이등병처럼 이 세상에 적응하려고만 했지
진리에 대한 혹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목마름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뭔가? 어차피 유한한 인생, 본전이나 뽑자는 건가?
아니면 아직도 연애니 사랑에 대해 환상이 있다는 말인가?
단언컨대 이 세상에 사랑이란 없다.
또한 저들의 변명대로 완벽한 사람이란 없다.
그러나 이 세상엔 ‘완전 그 자체’인 깨달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은 있다.
사랑이란 그들이 사는 완전한 세계 혹은 그 진리를 말하는 것일 뿐
이 세상 속물들의 서로 지지고 볶는 그런 행위가 아니다.
내가 제일 보기 싫은 장면은 남자는 밖에서 돈 벌어오고
여자는 남편자랑 자식자랑 해가며 때로는 시집 흉이나 보며
살림 걱정, 노후 걱정에 하릴 없이 온 생을 보내는 것이다.
여성의 역할, 남성의 역할, 남편 역할, 아내 역할 충실히 하는
공장에서 이제 막 찍어낸 듯한 판에 박힌 그 모습들이다.
남성성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다.
거칠고 강압적인 태도가 남성적이라고 믿는,
연약한 여성을 지켜주겠노라고 큰 소리 치는,
남자의 일, 여자의 일이 따로 있다고 믿는,
섹스라는 장애물이 있어 남녀 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믿는!
그런 남자들은 우선 여성을 탐욕의 대상으로 본다.
남성의 상대적인 성으로서의 여성밖에 모르는 자들!
그런 자들에게야 당연히 여성을 초월한 진짜 여성이 보일 리 없다.
성을 초월한 최고의 인간이 보일 리 없다.
물론 보인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그들은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페미니스트들과 다르지 않다.
진정한 페미니스트란 단지 여성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하는 법!
마찬가지로 진정한 남자란 남성이 아니라 인간이어야 한다.
진정한 인간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연극하지 않지만,
또한 누군가를 방어하기 위해 오버하지도 않는다.
일부 덜 떨어진 페미니스트들이 마초를 경계하여 마초 짓을 하는 것처럼
저들 마초들도 페미니스트를 경계하느라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이 세상 마초들은 죄다 덜 떨어진 페미니스트이고
페미니스트 역시 일부는 마초다.
우습지 않은가? 서로를 경계하느라 서로 닮아간다는 것이.
다 자기 세계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자기만의 세계에서 비롯된 일관된 자기다움이 아니라면
인간은 그 언제라도 그렇게 바보가 되는 것이다.
애초에 자궁이 없었으니 나올 그 무엇이 없고
나올 것이 없으니 그저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것이다.
자기 안에 우주가 없는 자의 거취야 말로 허무한 것!
자기다움이 없으니 고집이 없고 그리하여 언제 태도를 바꿀지 모르는 자들.
당연히 저들이 말하는 지식에도 한계가 있다.
자신의 세계가 없어 스스로의 삶을 살지 못하니 저들은 대신 유명한 학자들을 섬긴다.
아니라면 별 것 아닌 자신의 히스토리를 경험이랍시고 주절댄다.
아름다움이란 오로지 자기다움이며 거기서 비롯된 자연스러움인 것을.
어쩌다 운이 좋아 신세계를 발견한다고 모험가가 되겠는가?
최고의 모험가만이 최고의 신세계를 개척하는 법!
물론 그들 인간 지망생들은 애초에 신대륙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엉뚱한 것을 신대륙으로 착각하여 아직도 찾아 헤매고 있다.
하여간 내가 초대장을 줄 사람은 깨달음의 세계에 사는 사람!
그리고 그중에서도 자신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이어야 한다.
결코 그 누구도 추종하거나 섬기지 않아야 하며
뜬구름 잡는 선문답이나 주절대는 사람이어선 곤란하다.
당연히 마초는 우선 탈락이다.
자신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제 고유의 세계에서 나오는 일관된 신념이어야 하며
결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아야 한다.
워낭소리 할아버지도 일면 고집은 있지만
가족에 둘러싸인 자의 고집에는 일정부분 어리광이 포함되어 있기 십상이다.
소로우처럼 홀로 가는 이의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고집!
지금 당장 쓰러진다고 해도 돌봐 줄 사람 하나 없는 이.
그런 이의 신념이야 말로 숭고한 것!
오로지 신의 편에 서 있기에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는 자.
죽음을 보험으로 생각하는 자에게만이 진정한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