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라는 일대사건이후 과연 무엇이 달라질까?
간단하다! 비루한 일상에 기적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것이 별안간 많은 돈을 벌거나
외모가 몰라보게 출중해진다거나 하는 따위는 아니다.
그저 운명은 사명이 되고 일상은 성사(聖事)가 된다.
물론 그것은 가장 지극한 경지일 때의 이야기!
대부분의 경우는 단지 마음이 편안해진다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는 정도.
그러나 고작 그 정도에 머물 것이라면 아예 바보가 되거나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깨달음은 단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비우고 욕망을 거세하는 것도 아니다.
제 존재자체를 꿰뚫음으로써 진리에 눈뜨는 것!
그리하여 존재는 존재 그 자체가 되고 삶은 삶 그 자체가 되는 것!
비로소 운명이 사명이 되고 일상이 성사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라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기억의 총합’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저 눈에 보이는 제 몸일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잃어버린 기억상실자는
그야말로 ‘나’를 잃어버린 것!
기억은 왜곡을 운명으로 하고 있다.
‘나’라는 것이 단지 기억이라면 ‘나’의 실체는 없는 것이다.
언제든 왜곡될 수 있고 따라서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
가족이라는 것도 결국 자신의 기억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왜곡되면 얼마든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있다.
‘나’라는 것은 대체될 수 없어야 한다.
아니라면 내가 ‘나’의 복제인간인지
‘나’의 기억을 주입한 존재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언제든지 사라지고 다른 존재가 ‘나’를 가장할 수 있는 것.
결코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다.
고로 그것을 깨닫지 못한 당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허깨비 같은 목숨 이어가고 있다고 해서 ‘존재’는 아니다.
시간은 없는 것!
일 세기만 훌쩍 뛰어넘어 보면 지금의 당신은 사라지고 없다.
무엇으로 당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식 혹은 족보라고 말하지는 말 것!
그것은 강아지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제법 유명한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말하지도 말 것!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당신의 이름이지 당신 그 자체가 아니다.
당신은 사실 이름으로도, 재산으로도 결코 ‘존재’가 될 수 없다.
또한 ‘나’라는 것이 몸이라고 한다면
제 몸의 일부라도 잃어버린 자 역시 나‘를 잃는 것이다.
따라서 손톱도, 머리카락도 결코 잘라내서는 안 될 것이다.
몸의 때를 밀거나 세수를 하는 일조차 있을 수 없는 일이 된다.
당연히 이는 두 말할 가치 없는 어리석은 생각!
인간의 몸은 살아 숨 쉬는 ‘생명’ 그 자체이다.
생명이란 끊임없이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
내 온몸의 세포는 하루하루 죽고 다시 태어난다.
십년 전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고
십년 후의 나 또한 이미 지금의 내가 아니다.
‘나’라는 것이 고작 기억의 총합이라거나 몸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존재가 전혀 ‘존재’이지 않다는 말!
존재가 아예 존재가 아니라는 말은
곧 살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된다.
살아있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는 것은 곧 죽었다는 것이다.
아니,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그토록 노력을 기울이는 그 일이
결국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같잖은 일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살 필요도, 죽을 이유도, 일할 핑계도, 놀 근거도 없는 것이다.
그야말로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다.
단언컨대 그것은 생각의 크기 혹은 범위이다.
바로 바운더리(boundary)!
‘나’란 나의 생각이 미치는 범위이며 발 닿는 영역이다.
혹은 나의 정신이 섭렵하는 그 모든 것이다.
과연 당신 영혼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혹자는 자기 자신 혹은 가족에 머물 것이고
혹자는 이웃과 사회, 국가 정도에 머물 것이다.
당연히 어떤 이는 이 지구와 맞먹는 가치를 가질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우주 혹은 신일 수 있다.
날마다 당신을 고민하게 하는 그것이 바로 당신의 존재유무를 결정한다.
결국 당신은 존재 그 자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인간 그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존재’란 돈으로도 명성으로도 살 수 없는 것!
오직 일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만이 방법이다.
제 영역을 넓혀 불변의 존재로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제 한 몸과 가족, 이 사회와 국가에 머물러 있는 생각을
이 지구와 우주, 그리고 신으로 넓혀가야만 한다.
그럴 때에 비로소 운명은 사명이 된다.
비로소 당신은 매순간 당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닫게 된다.
‘깨달음’이란 그렇게 당신이 -마치 신처럼-존재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