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2-나는 죽지 않는다

신비(妙)어록2-나는 죽지 않는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10. 7. 7. 21:00



중국 은나라는 갑골문자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한낱 전설상의 가공 국가일 뿐이었다.
기원전 2600년경 영원한 삶을 찾아 길을 떠난 메소포타미아의 왕 길가메시도
역시 우룩의 유적과 무덤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그저 최초의 문학 혹은 신화 속 주인공에 불과했다.
또한 당나라 때 진리를 구해 17년간 서역 110여 개국을 섭렵한 현장은
<서유기>혹은 <날아라, 슈퍼보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삶과 드라마와 신화는 둘이 아니다.
꿈과 전설과 일상 또한 둘이 아니다.
삶은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는 신화가 된다.
일상은 꿈이 되고 꿈은 전설이 된다.


강물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이는 것!
그 물줄기 하나하나가 모여 큰 바다가 된다.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것!
지금 이 순간순간이 모여 하나의 생(生)이 된다.  



나는 훗날을 위하여 돈을 저축하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부지런히 저축하고 있다.
연금이나 보험으로 미래를 대비하지는 않지만
내 삶을 기록함으로써 순간순간을 보상받고 있다.


노후를 위한 대책 따윈 없지만 죽음,
혹은 생의 마지막에 대한 비전은 있다.
어린 왕자처럼 커다란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친구의 마음에 오롯한 추억 하나 새길 순 있을 터이다.


나에게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의 삶을 저축하는 일!
단 한 사람, 나를 증언하고 기억할 이에게 나의 순간을 저축한다.
또 후세의 인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하여 나는 순간순간을 끌어 모은다.
그것이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전부이다.
나는 어마어마한 부자이므로 쉽사리 파산하거나
적금을 해약하는 일 따윈 없을 것이다.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나의 유일한 놀이는 생에 관한,
당장은 읽히지 못할 글을 쓰는 일.
달콤하고도 쌉쌀한, 깊은 풍미가 있는 나의 사명!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나는 그 어떤 일에서도 내 영감의 포도주만큼 근사한 맛을 느껴본 적이 없다.


책을 내는 일이란, 더구나 인간 존재와 삶에 관한 탐구란
인류공동의 작업이며 공동의 자산이 아니었던가!
나는 자주 칩거를 일삼지만 사실 누구보다 사람들과 만나기를 좋아한다.
심지어 후세의 인간과도 나는 만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죽음에의 유혹을 이겨내며 날마다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깊고 깊은, 그리고 영원한 만남을 준비한다.
내게 삶은 꿈, 삶은 봄, 아니면 여름 한낮의 짧은 몽상!


내 앞엔 광활한 신대륙이 펼쳐져 있다.
그 곳이 광야를 그리워하는 진정한 나의 무대.
늘 거친 황야를 달려야만 편안해지는 나의 영혼이여!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 선배들이 닦아놓은 터를
거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는 단 한 번도 주류에 편승하기를 원했던 적이 없다.
나는 어쩌면 이 세계에 육체를 빚진 사람.
하루 속히 완전한 나의 우주, 나의 고향으로 날아가고 싶을 뿐.
나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신
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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