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히로인은 겉으로는 띵까띵까, 즐거운 베짱이에 세월좋은 한량이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언제나 아슬아슬, 세상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고독한 순례자이다.
시장에서 사람들과 섞여 수도하는 중(Buddhist)이 아니고
죽림에서 벗과 함께 청담을 일삼는 선비이다.
도를 닦는다는 것은 대중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신과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 있어선 사실 융통성이 없다.
뾰족한 벼랑 끝에 서 있지 않으면 신과 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상 끝에 위태롭게 서 있지 않으면 세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저 베짱이로 머물고 말기 때문이다.
나의 히로인은 단지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세상 끝에서 세상과 소통하고,
세상 가장 높은 곳에서 신과 대화하는 초인이다.
고리타분한 성직자가 아니라 신을 노래하는, 유쾌하디 유쾌한 철인이다.
세상 안에 바글바글 모여 있으면 세상과 소통할 수 없고
세상에 주저앉아 있으면 신과 대화할 수 없다.
세상에서 사람들과 모이면 흥겹겠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의연할 수 있다.
진실로 삶을 창조할 수 있고, 삶을 즐길 수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