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서 있는 이가 결코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은 남의 일에 신경 쓰고 간섭하기.
혹은 타인의 눈치 보기,
그리고 어떠한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일이다.
매순간이 덤이며 선물 그 자체인 자에게
남의 집 개짖는 소리 따위야 두루 한가한 잡담일 뿐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매 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인 자에게
남의 중대사보다 제 걸음 한 발짝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하늘이 무너지고 천지가 뒤바뀐다 해도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달라질 수 없다.
온 우주가 멸망한다 해도 어차피 벼랑 끝의 삶과 다를 것도 없기 때문이다.
삶의 끝에 서 있기는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마치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처럼 긴장을 푼 자들은 모른다.
사람에 기대하고 원망하고 투정부리는 자들은 알지 못한다.
벼랑 끝의 삶이 얼마나 위태롭고 외로운 지를,
또한 그렇기에 얼마나 쿨하고 또 뜨거울 수 있는지를...
그것은 흡사 외계의 땅에 떨어진 지구인의 운명과 같다.
또한 우주 미아가 된 우주비행사의 그것과도 같다.
겉모습은 같을 지라도 그 정신이 전혀 다른 자의 길!
그 삶이 진정한 삶이기에 오히려 죽음과도 같이 느껴지는 것.
이 지구상에 말이 통하는 자가 단 한 명도 없다면,
아니 말은 통해도 눈빛마저 통하는 이가 없다면,
아니 눈빛은 통할지언정 삶 그 자체가 통하지는 않는다면
당신은 그 괴리와 불합리와 부조리를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나는 말한다.
부디 인간에게 기대지 말라!
인간은 서로에게 선물 그 자체이고 위로 그 자체이므로
만남 그 자체가 의미인 것이다.
네가 있다는 그것하나로 나는 위로를 얻는다.
네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선물이다.
우리가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바라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서운해 말라.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