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온 봄은 너무 빨리 가 버려,
벌써부터 나는 올 봄이 그립다.
무성하던 이번 여름이 그립고
다가올 그 다음 봄도 그립다.
사람이 한 천 년쯤 살다보니
다가오지 않은 먼 미래를 그리워하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끝이 보이고,
아직 시작되지 않은 이야기의 아우트라인이 보인다.
당연히 내가 가고 난 후의 세상이 나는 그리운 것이다.
봄을 기다리듯 나는 그날이 어서 빨리 보고 싶을 뿐,
이젠 다가 올 나의 생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저 타인의 생을 보듯 오늘도 구경해볼 뿐.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