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2-우주의 가슴을 관통하고 당신을 찌르리라!

신비(妙)어록2-우주의 가슴을 관통하고 당신을 찌르리라!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11. 5. 18. 09:30



언젠가 사막 마라톤을 본 적이 있다.
선수들은 제각기 홀로 멀리 떨어져 태양과 바람과 사막과,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와 싸워야 했다.
그 고독한 사투가 우리네 삶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내가 숨쉬는 이곳은 사막.
여전히 전쟁같은 하루가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지리한 가뭄만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해가 뜨면 나도 뜨고, 해가 지면 나도 진다.
사막에서의 죽음은 그리 신기한 일도, 애통한 일도 아니다.
주검과 부할은 그저 그런 일상 다반사일 뿐.
삶은 그저 죽음, 그것이었다.

그리하여 나의 하루는 천년!
천년을 산 소나무처럼 그 무수한 세월을 지켜왔으니
이제 한 번쯤 살아봐야 하겠다.
준비는 모두 끝났으니까!

가난과 고독은 나의 옷이다.

멸시와 오욕은 나의 집,
사랑과 자유와 꿈만이 나의 삶이다.
애초 나를 제 안에 들여놓기에 세상은 너무 비좁았던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라곤 머리칼에 가려진 형형한 눈빛,

그리고 가슴 속 깊이 품은 진검 한 자루뿐!
누더기에 풀어헤친 머리로 세계를 떠도는 먼지와 같은 존재!
나를 키운 건 오로지 소외감이었다.

그리하여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것도,
그 세계의 위대한 왕이 된 것도,
어둠 속 마녀처럼 매 순간 영혼의 비밀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수없이 나를 죽인 바로 그것의 열망이었다.  

은둔은 다만, 길이다.
또한 욕망이다.
준비없이 왔다가 서둘러 사라지는, 
스스로를 소진하며 돌진하는 수 많은 군상들에 대한 예의.

그러나 내 품속의 진검은 언제나 시퍼렇게 번뜩이며
때를 기다리는 울음을 운다.
언젠가 우주의 가슴을 관통한 나의 칼은 당신의 폐부를 깊숙히 찌르고,
피흘리며 죽어가는 세상의 주검을 지켜보리라!

심연같고, 폭풍같고, 사막같은 나의 언어!
신비(妙)어록은 나쁜 글이다.
나의 에너지는 오로지 소외와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고 기르고 힘을 준 것, 나를 죽인 것조차도 바로 그 어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디 조심하라
서슬 퍼런 나의 검이 언제 당신의 가슴 관통하고 상처를 낼 지 모른다.
그 뜨거움에 당신 가슴 언제 데일 지 모른다.
태양을 삼킨 자의 행보는 뜨겁고 위험할지언정 예쁘고 착할 수만은 없다.

이 황막한 사막에서 나는 비상을 꿈꾸는 것이다.
한 여름 그 바다를 강타한 태풍처럼 그렇게 홀연하게,
어쩌면 장엄하게 사라지고 싶다.
그렇다. 나는 가장 크게 살아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므로 애초 빛의 부재는 내게 커다란 축복!
나는 목하 게으름 중이다. 가난도 즐겁다.
어느 순간 내가 찬란하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 그 자체 때문이며,
가짜는 단 하나도 없이 존재감 하나만으로 나의 세계를 가득 채울 수 있으니까!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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