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의 히로인을 만난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다.
그를 만남으로 인해서 내 삶은 통째로 바뀌었던 것!
그는 아주 특별하고 보기 드문 존재였지만
그저 좀 남다른 정도라고 여겼던 걸까?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알았다.
그와 나의 만남이 얼마나 큰 빅뱅을 일으킬 것인지.
때문에 애초에 그와 나의 만남을 이른바 거룩한 만남이라 명명한 것!
하여간 그와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 보았던 것은
아마 일 세기 전쯤의 일일 것이다.
21세기의 인간답게 아주 세련된 포즈를 가진 그는
당연히 일 세기 전 그보다 훨씬 진화해 있었다.
자기세계에서 비롯된 온전한 자기다움.
또한 나노단위의 예민한 감각.
그로 인한 성스러운 분위기에 당당함까지.
그는 한 마디로 말해 스타일리시하다.
당신은 아마 영원히 볼 수 없겠지만,
그의 외모에 대해 말하자면 다른 사람과 달리 눈이 세 개 있다.
또한 유난히 크고 아름다운 날개도 있으며
유니콘처럼 길고 하얀 뿔도 있다.
지금도 그는 자기만의 왕국에서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노니 그를 이해하려 하지 말라!
당신이 삶을 끝내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결코 당신의 이해범주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이 그의 정체성!
그의 세계는 어떤 한계를 벗어나 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존재하며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초월한다.
그가 사는 곳은 바로 신의 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는 제 정체성에 관한 일이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양보하지 않는다.
때문에 보통의 관객들은 더욱 그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적당히 눈치보고 살아 온 이라면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일 터!
당신은 결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모른다고 고백하라!
그와 최소한의 대화라도 나눌 수 있으려면
단 한 번 눈빛이라도 스칠 수 있으려면
그저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는 수밖엔 없는 것!
너는 왜 눈이 세 개냐고 따져서는 안 된다.
물론 왜 날개나 뿔이 있냐고 물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그는 당신과 달리 그렇게 생겼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는 존재할 수 있었던 것!
나의 히로인은 다만 인간으로서 존재할 뿐,
이 세상 혹은 당신에게 아부하거나 비위맞추려 태어난 것이 아니다.
결단코 그가 왕좌에서 내려올 일은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내 영화엔 그가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신과 대화하는 자, 그 모습 그대로 묘사될 뿐!
하여 그가 서 있는 곳은 언제나 벼랑 끝!
그러나 그것은 전술이 아닌 삶의 한 방법이다.
그것도 유일한, 그만의 삶의 방법!
오직 신의 길을 가는 자만이 알 수 있는 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길은 둘 뿐이다.
커다란 날개 퍼덕이며 유유히 하늘로 올라가든지
아니면 미련 없이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일!
그러니 내 영화를 보기 전엔 미리 알아 두어야 한다.
그 아슬아슬한 삶의 방법이 그의 유일한 숨쉬기라는 것을!
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