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2-인간 선언8

신비(妙)어록2-인간 선언8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1 2009. 4. 16. 23:29



여기 완전한 그림이 하나 있다.
물론 대개의 사람에게는 그저 액자 속 평면의 그것.
어느 미술관 귀퉁이에 걸린 팔리지 않는 그림이거나
누군가의 다락방에 처박혀 출처를 알 수 없는 장식품 정도가 되겠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나의 세계’라고 표현되는 곳!

바로 그곳에서 매순간 펼쳐지는 멋진 풍경이다.
그곳에 사는 ‘인간’의 눈빛은 여느 사람과는 다르다.
‘인간’은 날마다 그 그림 속을 즐겨 날아다닌다.
그 그림 속을 마치 신처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날마다 그 세계의 신비스러움을 바깥 세상에 전하고 있다.

완전한 그림이란 바로 풍경 그 자체이며
평면이 아니라 입체이고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 풍경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전하기 때문이다.
그림이건 사진이건 사람이건 내가 찾는 것은 바로
나의 풍경 속 ‘인간’의 눈빛을 한 바로 그 무엇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것들은 20세기 혹은 그 이전의 눈빛을 하고 있다.
놀란 토끼눈이나 반쯤 넋이 나간 흐리멍덩한 눈빛.
호들갑을 떨거나 촐랑거리거나 아니면 귀여움을 가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천박한 표정 일색.
그리하여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결코 그 어떤 풍경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완전한 그림은커녕 그 어떤 밑그림조차 없다는 것을.
그들의 뇌는 입체 혹은 구조가 아니라 평면을 본다는 것을.
그리하여 그 어떤 텍스트건 원래 말하고자 했던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 그 자체로서만 이해하려 한다는 것을.

소통의 불발은 바로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사건이나 사물, 혹은 인물의 구조를, 전모를 보지 못하고
그저 평면, 혹은 앞면밖에는 보지 못한다는 사실.
앞면을 보는 것은 일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잘못 보는 것.
어떤 텍스트는 이미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 그 자체라는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것!

그 엄연한 진실을 알아 차려야 한다.
이차원의 그림 속에도 입체가 있고
우리가 늘 접하는 사진 속에도 사건이 있다.
그러나 사진가의 사진 속 인물들은 대게 정지해 있거나 죽어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판에 박힌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도 ‘인간’으로서 펄펄 살아 숨 쉬지 않으면 안 된다.
관계로서, 생명으로서 생생하게 살아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카메라를 향해 스톱모션을 취하며 죽어 있는 것은
더 이상 인간도 사건도 생명도 아닌 그 무엇!
그저 어느 동물원에 박제된 그 옛날 생명의 흔적일 뿐.

사건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영화-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인간’이 있고 관계가 있고 생명이 있어야 한다.
생각이 있고 눈빛이 있고 포즈가 있고
결정적으로 한 세계의 풍경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나의 세계의 풍경, 즉 완전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비로소 소통의 빛이 비칠 수 있다.
완전한 그림이란 미술관 귀퉁이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바로 당신 옆에 펄펄 살아 숨 쉬는 것!
그림은 이미 그림이 아니라 당신이 늘 숨 쉬는 세계,
당신이 밥 먹고 놀고 일하는 바로 그곳의 풍경, 그곳의 이야기인 것이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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