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꿈의 주인이다.
태초 그가 시간이라는 용을 물리치고 금의환향 했을 때
시간의 콧잔등 위에 올라 함께 온 것이
바로 꿈이다.
꿈은 시간과는 달리 악당기질이 없다.
언제나 넓은 품으로 그를 감싸 안고 춤을 출 뿐 아니라
이 우주의 깃털이 다 빠지는 그날까지
인류를 기다리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꿈은 마냥 온화하지만은 않는 성정,
결코 아무에게나 호락호락 그 곁을 내주지 않는다.
사람들이 꿈과 장래희망을 혼동하고
더 이상 서로에게 꿈을 묻지 않는
21세기가 계속되는 한!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참다운 꿈을 이야기해 줄 수 없는 자,
참다운 어른이 될 수 없고
꿈이 없는 삶 또한 온전히 지속될 수 없다.
꿈은 인류의 미래다.
꿈은 일개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것, 신(神)의 것, 시간의 것.
그것은 언제나 인류의 머리 위에, 신의 가슴 위에,
그리고 시간의 등위에 존재하는 것.
꿈은 신의 현재를 밝혀주는 등불이다.
꿈은 시간의 동반자,
꿈은 장대한 생의 이정표이다.
한 때 꿈은 점점 왜소해져 말라죽어 가고 있었다.
시간이라는 용을 물리치고
나의 히로인이 그를 데려왔을 때만 해도
그는 아주 작고 볼품없는,
나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꿈은 깨달음의 결정체,
나의 히로인을 만나 더욱 활기차졌으며
서로의 생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나 막 젊음의 샘을 마신 듯 에너지가 넘쳤다.
꿈은 이제 그 자체로 완전한 완전체!
제 할 일을 마친 시간과 함께 저 먼 우주 끝까지 날아가야만 한다.
그리하여 세상 끝, 우주 끝의 사정을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우리 그 꿈의 보고서를 기어이 작성해야만 한다.
나의 히로인은 가끔 이야기한다.
나는 꿈과 시간의 지배자.
한 세계를 창조한 너는 신과 다름이 없다.
부디 네 삶도 너와 같이 거룩하고 장대하여라!
우주를 통째로 업그레이드하여
네가 이 우주에 잠시 다녀갔다는 사실을
전 인류에 선포하라.
요즘은 꿈을 묻는 어른이 없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꿈이 나의 히로인과 지내다보니
더욱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그 자신 스스로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더욱 높아지고 귀해져 나의 히로인 외에는
대화가 되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