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돌아가는 날에는
하늘 아니 울고, 일기 맑았으면 좋겠다.
막 한 여름 지나고 더위 한풀 꺾일 때
마당 한 켠에 옥잠화 피었으면 좋겠다.
뜨겁던 한 낮 지나 마침내 해가 기울면
닫혀 있던 꽃잎 살포시 열렸으면 좋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내 좋아하는 이와 함께라면 좋겠다.
마당에 식탁놓고 하얀 식탁보 깔면
옥잠화 향기 절로 싱그러웠으면 좋겠다.
오래 못 본 친구들과 왁자지껄 떠들어도 좋겠지만
그저 멋진 의자 하나쯤으로 너를 초대하면 좋겠다.
그렇게 나 돌아가는 날에는,
곱게 화장하고 거울 앞에 한 번쯤 서 보았으면.
하늘하늘 긴 치맛자락 산책하듯 걸었으면.
멀리 파도 부서지는 해변에 서퍼들 뛰놀았으면.
소식 없던 님에게서 기쁜 소식 날아 들었으면.
새들 쉬어가던 나의 마당에 온 우주 쉬어갔으면.
눈부시도록 햇살 쏟아졌으면,
하늘 실컷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뒤로 하고
그저 여느 날처럼 여행가듯 무심히 길 나서면 되겠다.
나 돌아가는 날에는..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