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뜨겁지 않은 자, 쿨할 수 없다

신비(妙)어록3-뜨겁지 않은 자, 쿨할 수 없다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2 2011. 9. 23. 09:30

 




바람이란,
이미 내 가슴 속에서 천 년을 휘몰아치다 마침내 심장을 관통하고 나온 것!
폭풍이란,  나를 비웃고 나를 죽이던 그 무수한 생의 칼날들의 합주!
사막이란, 이 광대한 우주에서 유일하게 나를 받아 준 내 생의 안식처!

그러나 여전히 굳은 살이라곤 생기지 않는 내 식물같은 영혼이여!
잔 가시 하나에도 여지없이 생살을 찢기고 마는,
흡사 병자의 안색을 한 파리한 마음결이여!
산들바람에도 파르르 우는 창호지같은 심금이여!.

너는 어찌하여 아직도 작은 생채기 하나에도 어쩔 줄 몰라
온 밤을 붉게 물들이는가?
또한 어찌하여 하루사이에 또 아무렇지 않게
뽀얀 새살을 돋아내는가?

여린 살도 수 만번의 담금질에는 무쇠처럼 단단해지고,
아기의 가냘픈 숨도 때가 되면 자라 씩씩해지는데
너의 영혼은 어찌하여 인이 박히지 않고,
면역되지 않고 끝내 중독되지 않는가?


그리하여 내 영혼이 또 대답하기를,
너는 여름 한 낮의 햇살이 뜨겁다고 했느냐?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저 찬란한 태양을 한껏 마주 한 적이 없다.
내가 사는 이 곳은 아직도 저 천 년 전 어둠 속 그대로이다.

하루살이와 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단 하나!
오늘 하루만을 산다는 것.
저 먼 하늘의 빛을 쫒아 오늘도 하루를 온전히 밝히지만,
나의 생은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다.

네 마음에는 굳은 살이 있어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누구나 제 생의 마지막날에는
한 점 바람에도 왈칵, 자신의 전 생애와 뜨겁게 만나고,
한 줄기 햇살에도 불쑥, 자신을 던져 온 생을 불사른다.

친구여! 네 단단한 굳은 살을 자랑마라!
정녕 단단해야 할 것은 네 껍데기가 아니라
네 가장 깊은 곳, 심중에 있는 바로 그것이다.
단단한 핵을 품어라! 그렇지 않은 자, 결코 빛나는 진주를 얻을 수 없다.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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