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차를 타야 한다면 나는 반드시 완행열차를 타겠다.
중간중간 간이역에 내려 그곳의 풍광도 즐기면서
다른 기차를 탄 너와 조우하는 귀족스런 사치도 누리겠다.
우리가 탄 은하철도 999는 결국 같은 곳을 향해 갈테니
너를 그리워할지언정 조바심을 내지는 않겠다.
좋착역은 영원한 생명, 간이역은 영원불변의 진리,
우주도 빅뱅과 소멸을 반복하듯이
우리도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
영원한 생명이란 변함없이 늘 푸른 소나무가 아니라,
가을날 낙엽되어 떨어졌다 이른 봄 새순처럼 돋아나는 것!
내가 죽어 다시 네가 태어나고
네가 죽어 다시 누군가가 살아나는 것!
혹은 우리의 영혼도 그 처럼 매순간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것!
그것은 정녕 새로운 버젼의 나,
그 전의 나는 이미 죽고 없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기차는 우주를 가로질러
저 먼 영원의 땅으로 거슬러 올라 가는 것!
너와 나, 지금은 우리 떨어져 있어도
종착역에서는 웃으며 만날 수 있으리!
그러니 나는 그 어떤 경우에도 너를 그리워하지는 않겠다.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마침내 말라죽지는 않겠다.
그것보단 가슴 속에 출렁이는 파도 하나 담아놓겠다.
그렇게 언제나 출렁이며 너를 향해 가겠다.
가다가 가다가 내가 미쳐 죽을지라도
네가 살아 마침내 도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나는 이미 충분하겠다.
너와 나는 어차피 하나였으므로!
마치 클론처럼 태초부터 우린 한 몸이었으므로!"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