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인스턴트 음식이란 게 없었다.
스시도 지금처럼 즉석식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몇 달, 아니 몇 년을 정성들여 삭히고 발효시켜야만
비로소 맛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slow food.
물론 된장, 고추장, 묵은지, 가자미식혜 등도 있겠다.
하여간 몇 년을 곰삭은 음식이란 단지 음식이 아니다.
인내며, 준비이며, 정성이며, 세월이며, 눈물이며, 땀이다.
기다림이며 역사이며 인류의 진화다.
그 안에는 온갖 이야기와 신화가 담겨 있다.
인간의 사랑과 신뢰가 켜켜이 들어차 있다.
언제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에는
바로 그 묘미가 빠져 있는 것이다.
연애도, 일상도, 삶의 방식도 다 마찬가지.
처음부터 스스로 구상하고, 기획하고, 실행한 일이 진짜다.
은근슬쩍 남의 뒤에 줄서거나 권력에 빌붙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진짜만이 낭만이라 부를 수 있는 것,
신대륙을 개척하는 자는 모두 낭만주의자다.
허허벌판에 깃발 하나 꽂고 스스로 시작하는 자, 얼마나 멋진가?
스티브 잡스도, 김어준도 그래서 낭만주의자다.
어릴 땐 과외와 대학진학에 온 생을 바치고,
성장해선 줄 잘 서서 남들보다 잘 먹고 잘 살 생각에
전전긍긍 기존권력에 줄 대는 보수주의자들!
-스스로 시작하지 않는 자, 모두 보수다.
전혀 매력 없으며, 낭만 없음이다.
홀로 무인도로 떠날 일이다.
아무 것도 없는 그 곳에서 저 살 집,
저 혼자 지으며 살아 볼 일이다.
부뚜막도 만들고, 해먹도 만들 일이다.
그 집은, 그 부뚜막은, 그 해먹은 필시 제 영혼을 닮았을 터,
남이 지은 호화로운 집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게 스스로 자기 영역을 만든다는 것.
처음에는 곤궁할지라도 곧 사람들이 모이고 마을이 생기기 시작한다.
시간은 얼마가 걸려도 상관없다.
완성이란 완벽하게 끝내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스스로 시작하지 않으면 삶은 애초 시작되지 않는 법이니까!
Life is a romantic!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