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3-21세기 선문답

신비(妙)어록3-21세기 선문답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3 2011. 10. 3. 10:29




 

 

선종의 시조 달마와 나의 히로인은 가끔 만나 대화를 나누는 사이이다.

일주일 전쯤 빛보다 빠른 물질인 중성미자에 대한 뉴스가 나왔던 날,

그들은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달마는 알고 보면 이태백을 능가하는 한량,

음주가무에 능한데다 수학, 과학에도 조예가 깊은 타고난 천재이기도 하다.

 

 

달마 : “중성미자가 빛보다 빠르다고 하니 시간여행이 가능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군.”

나의 히로인 : “기사들도 대략 시간여행이 가능한가? 로 끝을 맺더군.”

달마 : “요즘 사람들은 그런 데 관심이 많은가봐.”

나의 히로인 : “응, 걸핏하면 시간여행 타령이지. 안 그래도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는 친구가 하나 있었어.”

달마 : “그래? 재미있군.”

나의 히로인 : “하도 징징대기에 내가 당신 스타일을 좀 차용했지. 요즘 그런 소리하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긴 하지만.”

달마 : “하하하, 그렇겠지.”

과연 나의 히로인은 얼마 전 한 시티즌과 부딪힌 적이 있다.

시티즌 : “이제 시간여행이 가능한 건가요? 웜홀worm hole도 존재하고? 히야, 정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건 어릴 적 내 꿈이었는데……

나의 히로인 : “오호? 그럼 시간을 찾아서 가져와 보시지. 내가 시간여행을 시켜줄 테니!”

순간, 당황한 시티즌은 잠시 머리를 굴리더니 다시 대꾸한다.

시티즌 : “에이. 시간을 어떻게 갖고 와요?”

나의 히로인 : “오오, 이것 봐, 방금 나는 그대에게 시간여행을 시켜줬다네!”

그러나 그 옛날 혜가와 달리 우리의 시티즌은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마냥 대꾸를 하고 있다.

시티즌 : “글쎄, 그것보단……. 음,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에 웜홀이라는 통로가 있잖아요? 그 웜홀을 이용하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지 않나요? 뭐, 주위환경을 이동시키는 기술도 있다는데…… 거참, 신비롭지 않나요?”

나의 히로인 : “아, 나, 시간은 없다니까!”

급기야 그때 나의 히로인은 사족을 달고 말았던 것이다.

달마 : “21세기에는 21세기 스타일이 있겠지. 옛날 우리 제자들은 내가 기침만 해도 깨달았었어. 눈만 껌뻑해도 깨달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그때보다 훨씬 더 진화된 스타일이어야겠지. 오래 애썼는데 이제 당신시대에 다시 한 번 깨달음의 시대가 올 거야!”

나의 히로인 :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을 설파한지도 언 2000년이 넘었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과거, 현재, 미래에다 시간여행 타령이라네. 정말 미쳐버리겠다고.”

달마 : “근데 코미디인건 시간여행을 한다면서 꼭 공간을 통해서 하려고 한다는 거지. 타임머신도 그렇고 블랙홀이니, 웜홀이니 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나의 히로인 : “그러게, 시간여행인데 시간을 타고 가든지 해야지. 왜 공간을 통해 간다고 난리? 광속을 넘어서면 시간이 거꾸로 흐른다니,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을 역행하겠다는 거잖아? 아휴.”

달마 : “우리 좀 전에 예수를 만났지 않나? 광속을 넘어서거나 공간을 구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데 말이야. 사람들이 그걸 모르니……”

나의 히로인 : “사람들은 수시로 관점이 이동하는 거야. 자신을 세상의 기준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지. 세상이 절대적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 아닌가 말이야. 왜 자꾸 오락가락하는지 모르겠어.”

달마 : “요즘 사람들은 줏대가 없는 것 같아. 잘나가다 갑자기 시점을 이동해서 논리의 오류를 만들어 버리고, 있지도 않은 공간을 구부려서 시간여행을 한다고 하고. 자신을 세상의 중심으로 보면 적어도 상대적인 관점 이동 현상은 없을 텐데 말이야.”

나의 히로인 : “플라톤도 그러더군. 자기는 고대에 죽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이데아를 이원론으로 착각할 때, 그때마다 죽는다고! 이데아를 세상 위의 또 다른 세상이나 무슨 천국쯤으로 여기니 기가 찬다고 말이야. 칼릴 지브란도 이중적인 세계관이란 얘길 들었다더군. 정말 미치고 팔짝 뛸 일이 아닌가, 응?”

달마 : “트루먼 쇼라는 영화가 있더군. 사람들이 그 세트장 밖을 진리의 세계로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야.”

나의 히로인 : "그거 좀 된 영화야.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얘기지. 흠. 하긴 그때 짐 캐리가 받은 충격은 깨달음의 충격과도 같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 세계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이란! 사람들에게 그런 거대한 충격을 줘야 하는데 말이야."

달마 : “이미 충격 아니겠나. 지금 우리가 시간과 공간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니.”

나의 히로인 : "아이고, 요즘 사람들은 그런 걸로 충격 받지 않아. 타임머신을 진짜로 만들 수 있다고 해야 충격 받지."

달마 : “거 참, 사람들이란! 21세기는 영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하하.”

나의 히로인 : “하긴 요즘은 마음 이야기는 잘 안 해. 주로 신(神)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음이 어떻고 요런 건 흘러간 옛 노래여. 촌스러워.”

달마 : “신을 이야기해도 결국은 인간 이야기 아니겠나. 신을 찬양만 한다면 오히려 위험하지. 칼릴 지브란에서 더 나아가야 해.

나의 히로인 : “그게 내가 지구에 온 목적이지. 사람들은 중간에 주저앉아 있어. 끝까지 가봐야지, 이왕 출발한 거! 뭐가 무서워서 중간에 멈춰서 오도 가도 못하는 거냐고.”

달마 : “하긴 자네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네. 신에게 거듭나라고 큰 소리 땅땅 치고 말이야.”

나의 히로인 : “그래야 신도 내 친구 될 자격이 있는 거지. 아무하고나 친구할 순 없잖아? 그건 타협불가!”

달마 : “그래, 신도 훨씬 근사해졌지. 자네 같은 스타일리스트를 만나는 바람에.”

나의 히로인 : “당신도 달라진 거 알지? 스타일이라니, 요즘 사람 같잖아. 하하.”

달마 : “음, 직업정신! 우리의 일은 날로 진화하고 상승하는 일 아니겠나, 신도 그렇고.”

나의 히로인 : “소파에 너부러진 신은 신이 아니야. 펑퍼짐한 엉덩이의 신이라니, 정말 매력 없지 않아?”

달마 : “사람들은 그렇게 푹 퍼진 신에게 엎드려 기도를 하지. 나 좀 잘 봐 달라고 말이야. 상승하지 못하는 신은 그저 동굴 속의 그림자, 거울 속의 환영인 걸 모르고.”

나의 히로인 : “그 그림자는 고도 비만이지. 진짜 신은 나처럼 스타일리스트고. 하하하.”

달마 : “신도 나비처럼 날마다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 그게 자네 스타일 아닌가! 생각해보면 나도 자넬 만나기 전에는 철학자처럼 인상만 쓰고 다녔었어. 요즘은 그래도 예술가처럼 좀 말랑말랑해졌지 않나?”

나의 히로인 : “응, 지금은 머쉬멜로우야. 옛날엔 장승이었고. 난 당신이 기타 치면서 들국화 노래 부를 때가 제일 좋아.”

달마 : “하하하, 이 사람! 그럼 스타일 있게 모여 볼까? 깨달음의 시대가 오고 있는데 우리 이제 자주 봐야지.”

나의 히로인 : “아, 소로우 아저씨가 보고 싶네!”

달마 : “그 까칠한 양반, 기타 실력은 여전한가? 그 강력한 블루스를 들으면 없던 전생이 다 떠오르는데 말이야.”

나의 히로인 : “음, 그 강렬한 소리로 다시금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지고 싶네, 하하. 아저씨가 리드기타를 맡아야 우리 밴드가 완전해지지.”

달마 : “칼릴 지브란은 어떤가?”

나의 히로인 : “요즘 Dream Theater의 John Myung*에 빠져있어. 그의 베이스가 자신을 연주했다나? 혜능과 노자는 여전하고. 뭐, 초대장 발송 완료!”

달마 : “그랬군, 이미 준비를 다 해놓고 그렇게 죽는 소릴 했단 말이지?”

나의 히로인 : “하하하, 이번에는 지산*이 아니라 안산벨리야. 로맨틱 펀치랑 국카스텐도 나온다더군. 이거 슬슬 흥분되기 시작하는데?”

달마 : “자자, 얼른 연습 시작하자고! 우리도 내년엔 라인업에 들어야지.”

 

 

가끔 이루어지는 달마와의 만남은 시간여행이 맞다.

그러나 또 엄밀한 의미에서의 시간여행은 아니다.

그들의 만남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이나 공간 따위가 아니라

바로 진리에 의해 이루어진 것!

진리와의 만남이 바로 시간을 넘어서는 것,

곧 역설적 의미에서의 시간여행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거스르고 말고 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나의 히로인의 언어에는 시공의 개념이 없는 것.

말하건대 세상에 확실하게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진리뿐이다.

 

 

 

*John Myung 존 명 :

Dream Theater의 창단 멤버이자 베이스 기타.

*지산벨리 록페스티벌:

2009년부터 해마다 7월 말이면 3박 4일 동안 열리는 캠핑 록페스티벌. 2013년부터 안산으로 옮김. 세계적인 록페스티벌로 Woodstock, Glastonbury, Fuji Rock Festival등이 있음.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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