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신대륙,
나는 원주민이다.
나는 새로운 땅을 발견한 게 아니라,
신대륙을 개척한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 신대륙이었다.
이 땅에서 인류를 기다린 지 어언 천 년.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인류가 도착할 것인가?
예언컨대 인류는 해가 가장 높이 떴을 때
바로 정오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다.
그보다 빨리 도착하면 좋고
오래 걸리면 낭만적이다.
오래 걸릴수록 나의 히로인은
점점 낭만의 상징이 되어갈 것.
소로우와 칼릴 지브란, 잘랄루딘 등
다른 원주민만이 그를 기억할 뿐,
이미 신화가 되어 있는 그들만이 그의 동족이다.
이젠 실망스럽지도 절망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절망의 한 가운데에 있으면 오히려 안온하다.
삶의 심연에는 빛나는 보물들이 마치 먼지처럼 두둥실 떠다니니까.
힘차게 비상하기 전에는 원래 숨을 고르는 것.
지금은 신대륙의 아침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