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부끄러운 거다.
그것이 의도적인 사기라면 더욱 그렇다.
속아서 부끄럽고
속여서 수치스럽다.
너와 나는 하향평준화 되었다.
나도 너처럼 세상을 속인 게 되는 거다.
눈가리고 아웅한 게 되는 거다.
그래서 부끄럽고 민망한 거다.
수치스러워서 몸둘 바를 모르겠는 거다.
화가 나는 게 아니다.
몰래카메라에 당한 기분, 정확히 그것과 같다.
사람들은 몰카에 당하면 화를 내거나
안심하거나 한다.
감히 나를 속여, 화를 내거나
그 상황이 진실이 아니니 안심.
그러나 그건 화를 내거나 안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부끄러워 해야할 문제다.
은밀한 속내를 고스란히 들켜버렸다는 것.
실험실의 모르모트처럼 테스트 당했다는 것.
인권을 침해당했다는 것.
아니, 바로 내가 너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
그것이다.
그래서 분노가 아니고
수치다.
저 푸른 하늘이 부끄러워 차마 올려다볼 수 없는 거다.
오늘도 하늘은 수치스럽게도 푸른데,
햇살은 염치없게 눈부신데 말이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