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풍경 속엔 내가 있네.
풍덩 뛰어들지 않아도
어색하게 서성대지 않아도
초인종을 누르지 않아도
문 밖에서 기웃거리지 않아도
마음속 액자에 나를 그려 넣지 않아도
저 그림 안엔 이미 내가 있네.
매순간 일렁이는 내가,
요동치는 내가,
파도치는 내가,
포효하는 내가,
얼른 이리로 뛰어오라고,
온몸으로 부딪히라고,
부서지고 깨지라고
너덜너덜,
찢기고 해져
나달나달,
닳고 닳아
마침내 흔적조차 없어지라고!
산산조각 나지도 말고
아예 다 타올라 재가 되라고
그리하여,
검붉은 핏덩이로
뭉클한 덩어리로
다시 태어나라고!
그림 속에서 튀어나왔네.
저 액자에 너를 집어넣으려고.
2013/12/19 17:38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