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4-문학은 죽었다, 그러나

신비(妙)어록4-문학은 죽었다, 그러나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2013. 12. 26. 21:47

 

 

 

 

말하자면 보석을 캐내는 일이다.

마르지 않는 샘물을 길어내는 일이다.

옆에 멀뚱히 서 있으면 다칠 수도 있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길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옆에 무엇이 있던 신경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보석 캐면 저 보석이 튀어나오고

여기서 긷다보면 저기서도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대신 가꾸고 꾸미는 것은 하지 않는다.

캐내는 동안은 결코 그럴 수 없다.

그것은 가공자의 몫.

나는 가공기능사가 아니라

원석을 캐는 광부이고,

보물섬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해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캐내야만 한다.

눈앞에 거대한 보석광산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다 보물섬이기 때문이다.

보물섬에서는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사랑타령, 가족타령, 선악타령 따위 할 수 없다.

누구나 다 해적이 되어야 한다.

귀부인처럼 새치름하게 앉아서

누군가 손가락에 다이아몬드를 끼워주길 바랄 수 없다.

싱그러운 땀 냄새 풍기며 원석을 캐내야 한다.

원석은 매끄럽지 않다.

때로 긁혀서 피가 날 수도 있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보고

상처받는 사람은 없겠지만

영감을 받는 사람도 없다.

신비(妙)어록은 때로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영감을 받는 이가 더 많다.

또한 상처도 어느 순간 영감으로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영감이다.

따뜻하고 나른한 글은 멜로드라마와 같다.

원시부족 주술사의 독과 같다.

부적을 써주는 무당,

사탕을 건네는 유괴범 혹은,

달콤한 말로 속삭이는 사기꾼과 같다.

판타지를 주지만 또한 그 판타지에서 화들짝 깨어나게 한다.

판타지를 주며 꿈은 빼앗아간다.

그예 생이라는 꿈,

산산조각 나게 만든다.

그대 사소한 욕망과 거래한다.

독자와 거래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문학.

나른하고 감상적인 문학에 속지 말 것.

아직도 20세기적 마인드로 충효 선악타령하지 말 것.

대신 거친 야생의 원석을 덥석 주을 것.

대자연이라는, 신이라는 보석을 자기 것으로 만들 것.

그 생생한 삶의 현장에 증인으로 서 있을 것.

문학은 죽었지만 야생은 살아 있다.

잘 커팅된 다이아몬드는 비싸게 팔리겠지만

영감을 주지는 못한다.

호화로운 보석은 부자들의 것이지만

거친 야생의 원석은 예술가의 것, 모든 인간의 것이다.

야생은 아름답다

펄펄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문학은 죽었으나 인간은 아직

살아 있다.

2013/12/26 11:50

-신비(妙)

 

 

 

21세기 최고의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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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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