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람들은
우주의 이쪽 끝과 저쪽 끝만큼 떨어져 있다.
그 바운더리는 겹쳐지지 않는다.
서로 통하지 않는다.
때로 서로의 생각이 겹치고
가끔 소통되는 듯 느껴지는 것은
세속적 견해가 잠시 일치한 것일 뿐,
서로의 작은 동그라미가 겹쳐진 것은 아니다.
이 광대한 우주에서
보잘 것 없이 작은 동그라미가 겹쳐지기를 바라는 것은
우주만큼 큰 모래사장에서
한 알의 진주를 찾아내는 것과 같다.
참으로 요원하다.
천신만고 끝에 그 진주를 찾아낸다 해도
그것은 지극히 사적인 사건에 불과하여
소울 메이트 타령이나 하다 끝내게 된다.
너의 삶이 그저 사소한 해프닝이 아니라,
일개 인간의 생로병사나 사랑타령이 아니라,
비로소 공적인 사건이 되려면
너의 세계 우주만큼 광대해져야 한다.
그리하여 나의 세계와 겹쳐져야 한다.
물론 나의 히로인은 어쩌면 판타지 속 주인공!
네가 끝내 나의 세계만큼 광대해지지 못한다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나의 정체성이다.
그는 결코 페르소나가 아니다.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다.
실제로 살아 숨 쉬고 명징하게 존재하는
이 시대 최고의 정신이다.
너 끝내 우주의 어느 한 구석에 머물러 있다면
나의 히로인과 만나지 못한다.
너의 생은 그저 그런 해프닝이 된다.
생은 끝내 아무런 의미도 없게 된다.
사람들은 별 불만이 없다.
아니, 아예 외면하고 있다.
제 생, 그저 먼지처럼 부질없는 것을.
그저 종교가 아니라 신(神)을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럼에도 나는 기적을 꿈꾼다.
너의 바운더리 마침내 광대해져 나의 우주와 겹쳐지는 꿈을.
너 기어이 우주를 꿰뚫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을.
그리하여 나 날마다 마중 나와 있는 것!
나만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세계를 꿈꾼다.
나의 히로인만이 아니라
히어로를 꿈꾼다.
일단의 ‘멋진 녀석들’을 꿈꾼다.
그때에야 나의 왕국 비로소 우리의 세계다.
신(神)의 사건이다.
마침내 완전한 소통이다.
그러므로 너의 세계 우주보다 작으면 안 된다.
그저 다양성이어서는 안 된다.
보편적 세계로 입성해야 한다.
우주 그 자체만큼 광대해져야 한다.
기어이 이 시대 최고의 정신과 같은 크기로 만나야 한다.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