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칼날이 날카로워도

생의 칼날이 날카로워도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2014. 2. 26. 19:14

 

 

생의 칼날이
아무리 날카롭다 해도

 

베일까봐 두려워
애초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다치지는 않지만
이야기도 시작되지 않는다.

 

생의 속살은
그예 보지 못한다.

 

너는 태어나지도
않은 것이 된다.

 

시작하지도 않고
늦었다고 포기하게 된다.

 

그 뒤 늘어진 시간을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끝내 시간의 친구가
되지 못한다.

 

진리와 맞대면하지 못한다.
진실을 영영 알 수 없게 된다.

 

신과 연락이 뚝 끊긴 채로
생의 언저리에서 서성이게 된다.

 

우주의 숨소리와
접속하지 못하고

 

시간과 연락하지 못하고
신과 대화하지 못한다.

 

삶의 겉핥기만을 반복하며
무감각하게 살아가야 한다.

 

너는
“이젠 안전하겠지,”
큰 숨을 내쉬겠지만

 

생은 너를 초대하지 못해
울게 된다.

 

진리는 소리 없이
뒷걸음질 친다.

 

우주는 낱낱이
끊어진다.

 

세상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신은 끝내 네게서
돌아앉는다.

 

고요를 회피하는 일.
적막을 외면하는 일.
관계를 묵혀 썩게 하는 일.
시간을 친구로 삼지 못하는 일보다
더 무서운 건,

 

애초 생과 만나지 못하는 일.

 

너는 과연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얼마나 무거우며,
얼마나 거추장스러우며
얼마나 숨이 막히는가?

 

아니라면
너무 가벼워
우주 밖으로 날아가버린 건
아닌가?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생은
너를 향해
미소 짓는가?

 

진리가,
우주가,
신이
한 번쯤 네게 손 내밀던가?

 

지금 이 순간,
그를 눈치 채고
전율하고 있는가?

 

있으면
있다고
용기 내어
선언하라.

 

겁쟁이처럼
도망 다니지 말고!
2014/02/26 19:01
-신비(妙)/생의 칼날이 날카로워도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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