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을 당했을 땐
슬픈 노래를 듣지 말라고?
아니다.
슬픔 속에 아예 빠져야 한다.
우주가 적막할 땐
서둘러 누군가를 껴안으라고?
아니다.
그 광활함을 마음껏 즐겨야 한다.
신이 나를 버렸을 땐
하늘에 대고 저주를 퍼부으라고?
아니다.
끝까지 가보는 거다.
어디에든 온전히 자신을 던져 넣어라.
무엇이 무서워서 거기서 멈추는가?
과연 신이 나를 버린 것인지
내가 나를 버린 것인지.
멈추지 말라.
그 정도는 확인해야 되지 않겠는가?
광막한 우주에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건
신과 통할 절호의 찬스.
슬픔에도 온전히 자신을 던져 보아야 한다.
적막에도 온통 매몰되어 보아야 한다.
배신당했다고?
그건 엄살이다.
배신은 신뢰의 한 차원 아래.
그저 일방적으로 기댔을 뿐이라는 증거.
세상이 온통 어두움인 건
다시 너를 일으켜 세우라는 명령.
천지가 다 무너져 내리는 건
네가 우뚝 서 있었다는 것.
눈물 없이 울고
소리 없이 슬퍼보자.
내가 슬픔에 빠진 것인지
슬픔이 내게 빠진 것인지.
2014/01/27 17:07
-신비(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