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모습은
마치 종교의 그것과 같다.
일제히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군의 서퍼들,
혹은 일상을 살다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면
하던 일 팽개치고
곧 바로 바다로 달려간다.
나는 매일 새벽,
해뜨기 전 욕조에 앉아 있다.
그러다가 커다란 전면 창으로 큰 파도를 발견하면
곧 바로 슈트를 챙겨 그곳을 향해 질주한다.
물론 가까운 내 미래의 모습이다.
가히 장관이다.
그것은 흡사 시대마중이다.
나는 언제나 느긋하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다가
장대한 것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면
바로 올라탄다.
서핑은 발견.
그리고 올라타기.
시대 마중이다.
더 이상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리 저리 떠밀려 다니지도 않고
능동적으로 흐름에 올라타는 것.
한 술 더 떠 기다리는 것.
그렇다.
서핑은 시대마중이다.
아니, 시대마중은 서핑이다.
2014/02/18 17:07
-신비(妙)/시대마중은 서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