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의 모습은
마치 종교의 그것과도 같다.
그것은 어쩌면 의식.
바다 한 가운데 보드 위에 둥둥 올라앉아
일제히 수평선을 뒤돌아보는
일군의 서퍼들,
혹은 일상을 살다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면
하던 일 내팽개치고
곧 바로 바다로 달려간다.
상인은 가게를 열어둔 채로,
빨래 널던 소년도 빨래통을 집어 던지고!
나는 매일 새벽,
해뜨기 전 욕조에 앉아 있다.
그러다가 커다란 전면 창으로
큰 파도를 발견하면
곧 바로 슈트를 챙겨
그곳을 향해 질주한다.
오늘 아침엔 정말 거대한 놈이
몰려 왔었다.
덕분에 난 지상최대의
짜릿한 서핑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시 파도에 잠시 갇혔었는데
상어에게 다리를 뜯길 뻔했지 뭔가.
꿈이 아니었다.
아니! 악몽이었다.
백상아리는 그 괴물 같은 입을 쫙 벌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피비린내도 진동했다.
그것은 내 피 냄새!
난 잠시 후의 내 모습을 미리 보는
아찔한 체험을 했다.
"아, 백 억짜리 내 다리가 날아갈 뻔 했다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건 기적이라고!"
오후에는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수다를 떨 수 있겠지.
물론 가까운 내 미래의 모습이다.
가히 장관이 아닌가!
그것은 흡사 시대마중이다.
나는 언제나 느긋하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다가
장대한 것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면
바로 달려가 올라탄다.
나의 일은 발견.
그리고 올라타기.
때론 갇히기도 한다.
인간의 작은 몸쯤이야
거대한 파도에겐
그저 식은 죽 먹기니까.
그러나 정신은 가둘 수 없다.
그 어디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의 정신!
나는 시대 마중 중이다.
더 이상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리 저리 떠밀려 다니지도 않고
능동적으로 흐름에 올라타는 것.
한 술 더 떠 미리 나가 마중하는 것.
그렇다.
서핑은 시대마중이다.
아니, 시대마중은 서핑이다.
2014/02/18 17:07
-신비(妙)/시대마중은 서핑이다(확장판)
마치 종교의 그것과도 같다.
그것은 어쩌면 의식.
바다 한 가운데 보드 위에 둥둥 올라앉아
일제히 수평선을 뒤돌아보는
일군의 서퍼들,
혹은 일상을 살다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느끼면
하던 일 내팽개치고
곧 바로 바다로 달려간다.
상인은 가게를 열어둔 채로,
빨래 널던 소년도 빨래통을 집어 던지고!
나는 매일 새벽,
해뜨기 전 욕조에 앉아 있다.
그러다가 커다란 전면 창으로
큰 파도를 발견하면
곧 바로 슈트를 챙겨
그곳을 향해 질주한다.
오늘 아침엔 정말 거대한 놈이
몰려 왔었다.
덕분에 난 지상최대의
짜릿한 서핑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시 파도에 잠시 갇혔었는데
상어에게 다리를 뜯길 뻔했지 뭔가.
꿈이 아니었다.
아니! 악몽이었다.
백상아리는 그 괴물 같은 입을 쫙 벌리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피비린내도 진동했다.
그것은 내 피 냄새!
난 잠시 후의 내 모습을 미리 보는
아찔한 체험을 했다.
"아, 백 억짜리 내 다리가 날아갈 뻔 했다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 있는 건 기적이라고!"
오후에는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수다를 떨 수 있겠지.
물론 가까운 내 미래의 모습이다.
가히 장관이 아닌가!
그것은 흡사 시대마중이다.
나는 언제나 느긋하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다가
장대한 것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면
바로 달려가 올라탄다.
나의 일은 발견.
그리고 올라타기.
때론 갇히기도 한다.
인간의 작은 몸쯤이야
거대한 파도에겐
그저 식은 죽 먹기니까.
그러나 정신은 가둘 수 없다.
그 어디에서도 죽지 않는 불사의 정신!
나는 시대 마중 중이다.
더 이상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리 저리 떠밀려 다니지도 않고
능동적으로 흐름에 올라타는 것.
한 술 더 떠 미리 나가 마중하는 것.
그렇다.
서핑은 시대마중이다.
아니, 시대마중은 서핑이다.
2014/02/18 17:07
-신비(妙)/시대마중은 서핑이다(확장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