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妙)어록4-나는 고양이로소이다2

신비(妙)어록4-나는 고양이로소이다2 신은 쿨한 스타일이다/짧은 글3 2013. 2. 14. 10:31

 

 

 

담장 위의 너, 꼬리를 살랑이고
오늘도 여전히 눈부시지만
끝내 이름 하나 지어주지 못하는 것은


이렇게 너와 눈 마주치며
인간이라는 내 이름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너보다 아름답다는 증거가 없다, 나는.


부처처럼 앉은 네 자태.
행여 오늘은 웃어줄까 인사를 건네보지만
역시나 민망하게 돌아서고 만다.   


어쩌면 너는 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내가 아슬아슬 서 있는 이 곳,
너는 하품하듯 수시로 오르내리는 곳이란 걸.


마당은 번잡하고,
담장 위는 평화로우니 너 참 한가롭다.
눈감고 턱괴니 고대 황녀보다 도도하구나.


겨울은 뻔뻔하게도 당당하고
너는 그림처럼 고요한데
내 삶의 포도주는 쓰기만 하네.

 

- 신비(妙) 

Posted by 신비(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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